은행업권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DX)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내부 시스템부터 고객 응대까지 AI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금융업 특성상 관련 규제가 많아 해법 찾기에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레드오션이 된 은행업에서 AI로 활로를 찾는 5대 은행의 전략을 <IB토마토>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은행이 그룹 내 디지털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조직개편을 단행해 은행 내 인공지능(AI) 역할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 내 협업도 강화했다. 금융업권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AI싱크탱크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조직의 AI 활용 범위 확장 계획도 마련돼 있다.
사진=하나금융
은행 내외부 조직 구성 강화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해 말 지주와 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술 내재화와 디지털 분야의 구체적 성과를 선보이기 위함이다. 지주 차원에서는 그룹디지털부문 산하에 있는 데이터본부 조직을 AI데이터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AI데이터본부는 AI데이터 전략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관부서 확대에 이어 은행 내의 조직 개편은 더욱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하나은행 내에서는 금융AI부를 신설, AI 관련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등 이전 대비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AI 사업 주축은 금융AI부다. 금융AI부는 AI 거버넌스를 총괄하고 기술 트렌드 조사부터 신기술 도입과 활용까지 담당하고 있다. AI알고리즘을 활용한 모델을 구현하는 것도 금융AI부의 업무다.
데이터 전문 부서도 따로 꾸렸다. 하나은행 데이터전략부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전략을 총괄한다. 내부와 외부 데이터를 발굴하고 수집해 자산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데이터 관련 제휴와 협업을 총괄하고,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 업무도 수행한다.
생성형 AI의 품질은 데이터 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기반 데이터 중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두 부서 협력을 통해 AI와 데이터 기술을 통해 은행 업무에 통합 지원하는 한편,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화와 다양한 솔루션 개발을 용이하게 했다.
하나금융의 AI 중심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지난 2018년 설립된 하나금융TI 사내 독립기업으로, 금융권 유일 AI 싱크탱크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그룹 차원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금융 AI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 전 관계사가 표준화된 빅데이터와 AI플랫폼을 도입해 임직원 역할에 따른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협력으로 시너지 '톡톡'
하나은행 내외부의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는 성과로 이어진다. 하나은행의 AI디지털그룹과 하나금융융합기술원 합작으로 다양한 AI서비스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AI디지털그룹은 AI거버넌스를 총괄하고 AI전략 수립에 집중한다면 융합기술원은 그룹 전체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 양 조직의 협력은 단순 기술 방면뿐만 아니라 ▲신용평가 ▲업무 효율화 ▲이상 탐지 ▲고객 관리 ▲자산 관리 등 넓은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AI 부문 성과가 도드라진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AI 기반 정책자금 맞춤조회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꾸준한 결과물을 내고 있다. 3월에는 AI콜봇 서비스를 확대 개편하고, 4월부터는 AI 해외송금 예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서비스는 수출환매입어음 전산자동화 서비스다. 금융권 최초로 선보이는 ‘AI수출환어음매입 전산 자동화 서비스’는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AI기술인 ‘리딧(READIT) v3.0' 적용해 비정형화된 수출 서류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매입정보 등 데이터 추출 속도를 높였다. 특히 정보 오입력 등 수기작성 방식에서의 오류도 최소화 할 수 있게 돼 편의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서비스 출시를 기점으로 리딧v3.0을 활용해 AI기반의 수출 서류 심사 및 수출 서류 작성 서비스도 실행할 계획이다.
AI 기술을 이용해 소상공인도 돕는다. 하나은행은 앱 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소상공인 플랫폼 '사장님 온’에서 AI 기반 정책자금 맞춤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거래 여부와 관계 없이 소상공인에 맞춤형 정책자금대출 상품을 제안한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해당 서비스의 최적화를 맡았다. 자체 개발한 일치율 표를 통해 3만2000여 고객 집단과 198개 정책자금 상품을 각각 분석해 최적의 정책자금을 안내할 수 있게 구현했다.
두 조직의 활발한 협업을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 AI관련 계획도 촘촘하다. 하나은행은 연내 AI기반 업무 자동화와 효율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던 서비스를 기업 고객에 확장하는 전용 챗봇을 구축한다. 영업점 업무 부담도 감경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광학 문자 인식(OCR)기술을 활용해 개인정보 점검 프로세스를 신설한다. 외환에 강한 은행인 만큼 환율예측모형을 개발하고 플랫폼 경쟁 강화에도 힘을 줄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룹 내 AI 시너지를 통해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