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국내 판매 1위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신차 출고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품이 없어 차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탓이다. 당장 신차들의 출고가 최소 한 달 이상 더 연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출고지연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회복으로 판매 실적이 개선된 현대·기아차의 올해 실적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10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2021년 컨센서스는 매출 117조4811억원, 영업이익 7조1006억원 수준이다. 현대차가 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4년 기록한 7조55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기아(000270)차도 같은 기간 컨센서스는 매출 71조1785억원, 영업이익 5조39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전경. 사진/뉴시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2020년 대비 7.7% 감소한 72만6838대를 판매하며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미국, 유럽 및 신흥시장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해외 판매에서 316만4143대를 판매하며 7.0% 증가했다. 기아차역시 국내 판매는 3.1%로 감소한 반면 해외에서는 9.1%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뤘다.
양사는 올해 판매 목표로 현대차는 국내 73만2000대, 해외 359만1000대 등 글로벌 432만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기아차는 국내 56만2000대, 해외 258만8000대 등 315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도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반도체 수급 안정화 노력을 올해 해결과제로 꼽았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은 생산능력 대비 20~30%가 초과 예약돼 이미 내년 주문을 접수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등에 비해 그나마 내연기관 자동차가 비교적 빠른 출고가 되면서 판매 실적을 이끌었는데, 올해는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출고가 지연되고 있어 구매 대기자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예상 납기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실제 현대·기아차의 출고 대기 기간이 지난해 10월보다 1개월 이상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현대차가 지점 딜러들에 배포한 올해 1월 납기표에 따르면 아반떼와 그랜저 하이브리드, 베뉴 등의 출고 대기 기간이 6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출고까지 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아차도 대표 SUV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장 14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지난해 10월보다 약 3개월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현대차 일부 지점에서는 아반떼를 지금 예약해도 올해 하반기에 출고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빠른 출고가 가능한 쏘나타 등의 모델 체인지나 취소차 등의 선택을 권했다. 현대차 매장 관계자는 “아반떼나 싼타페의 경우 출고 지연으로 어느 매장을 가도 최소 6개월 이상은 대기해야 한다”라며 “오랜 시간 대기하는 것보다 현재 나와 있는 차량의 옵션 등의 조건이 맞으면 할인을 더 해줄 테니 계약을 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네시스나 아이오닉5의 경우 대기 기간이 길어짐에도 예약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라며 “이들이 다 계약할지는 모르지만, 워낙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 보니 많이 찾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지난해 말로 종료할 예정이던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을 오는 6월까지 연장하면서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기 전 자신이 선택한 차량을 받기를 원하면서 대기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처럼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개소세 혜택도 비용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개소세는 차량 구입 가격의 5%가 부과되는데, 정부의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오는 6월까지 3.5%로 낮추는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출고 대기로 6월 이후 구입할 경우 같은 차량이더라도 몇 백만원을 더 주고 구입해야 한다.
현대차 출고지연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이에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교적 대기가 없는 차량으로 전환하거나 애초에 대기 기간이 긴 수입차들로 갈아타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쉐보레의 말리부나 쌍용차의 티볼리, 르노삼성의 SM6 등의 경쟁차 들은 현대·기아차에 비해 비교적 짧은 6~8주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 모델 대비 출고가 빨라 일부 구매 대기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도 이 같은 경쟁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 고객들에게 출고 지연에 따른 안내문을 발송하며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출고 대기자들에게 안내장을 통해 “부품 수급 관련 이슈로 차량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고객 기다림에 감사를 드리고, 빠른 시일 내에 차량 인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출고 대기 기간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에는 차량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글로벌에서 실적 개선이 크게 이뤄졌고, 올해도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다만 반도체 부품 공급이 여의치 않지만, 하반기에는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부품 수급 상황에 맞춰 차량 생산 일정 등을 조율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