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년 맞은 캐롯손보…적자 늪 탈출이 어려운 이유
단기간에 고객 확대했지만…업계 평균 대비 열악한 손해율
상품 다양성 부재 및 카카오페이손보 출범 대응 등 '과제'
공개 2022-01-06 09:10:0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4일 17:1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캐롯손보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국내 첫 번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실적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운 형국이다. 캐롯손보는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을 통해 단기간에 고객을 확대하고, 점유율을 늘리는 등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업계 평균 대비 악한 손해율은 적자 늪을 탈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다 눈앞으로 다가온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도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3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 폭이 172억원 커진 수준이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한화손해보험(000370)SK텔레콤(017670), 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합작해 출범한 국내 첫 번째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국내에 존재하는 디지털 보험사는 생명보험업계에서 지난 2013년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 2020년 하나금융지주(086790)로 편입되면서 디지털 보험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하나손해보험 등 총 3곳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캐롯손보의 영업수익은 15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7% 크게 늘었다. 이 중 보험료수익이 1141억원을 기록해 영업수익 증가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캐롯손보는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을 통해 고객을 확대했다. 이 상품은 기존 1년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매월 운행한 거리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후불식 자동차보험이다.
 
작년 12월 기준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상품 출시 11개월만에 누적 가입 40만건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원수보험료 기준 0.1%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작년 9월 말 0.6%까지 성장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13곳 중 흥국화재(0.7%)에 이어 10위를 차지했다.
 
캐롯손보가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우며 고객을 늘리고 있지만, 손해율은 아직 다른 손보사보다 뒤떨어지는 모습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부문 손해율은 104%로 전년 동기 대비 44.9%p 개선됐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 평균인 81.9%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형 3사의 자동차보험 부문 손해율은 삼성화재(000810) 79.1%, 현대해상(001450) 79.5%, DB손해보험(005830) 77.9%를 기록했다. 캐롯손보와 비슷한 점유율을 보유한 흥국화재의 자동차보험 부문 손해율도 86.7%로 적자 기준인 100% 이하로 나타났다.
 
 
 
올해 캐롯손보는 계속되는 적자 늪을 탈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손보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운행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했다. 캐롯손보도 코로나19 반사효과와 함께 매출 증가로 인한 경과보험료 규모 확대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된 바 있다.
 
다만,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까지 이어진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 효과가 올해 이후 둔화하고, 정비수가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 작용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해율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캐롯손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상품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캐롯손보가 취급하는 상품은 퍼마일자동차보험 이외에 단기 운전자보험, 폰케어 보험 등 일반 보험 상품보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작은 특정보험뿐이다.
 
최근 주요 손보사들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장기인보험 판매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기본 3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데, 자동차보험 대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캐롯손보는 아직 장기인보험 상품 출시를 계획하는 중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퍼마일자동차보험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사의 등장도 캐롯손보를 위협하는 존재다. 카카오페이는 작년 12월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신청 검토에 통상 1~2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중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캐롯손보가 아직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카오페이손보의 등장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라는 빅테크사와 비교해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캐롯손보는 전체 디지털보험 시장 파이가 커지는 차원에서 카카오페이손보의 등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손보와 동일한 상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주요 고객층을 다르게 설정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자 전환 시기와 관련해 캐롯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신생 보험사가 흑자 전환하는 시점인 7년보다 더 이른 시일 내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며 “손보사 메인 상품인 자동차보험을 통해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는 점은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공공기관 및 타 금융사와 협업을 통해 자동차보험 판매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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