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쓴 '빚의 굴레'…사업 흔드는 뇌관 되나
코로나19 직격탄…매출 44% 감소·영업손실 1853억원
연이은 투자행보로 부채비율 364%…차입금의존도 54%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 ‘전무’
공개 2021-02-1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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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코로나19 충격에 사상 첫 연간 적자를 낸 호텔신라(008770)가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빚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364%까지 치솟아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실적 악화에 더해 신용등급 하락 등의 악재까지 연이어 터지며 사업 불확실성마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신라호텔 전경. 출처/호텔신라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인 호텔신라는 호텔과 면세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서울·제주에 2개의 특1급 호텔, 수도권 및 제주·울산 등에 12개의 비즈니스호텔(신라스테이)을 운영 중이며 서울·제주 등 시내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T1·T2) 면세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5조7173억원) 대비 44.2% 감소한 3조1881억원으로 잠정집계 됐다. 2010년대 들어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은 1853억원, 순손실 28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대비 순손실이 큰 것은 2020년 3분기까지 HDC신라면세점 등 관계기업들의 실적 저하가 투자손실(143억원)로 잡혔고 국·내외 공항에 입점한 신라면세점 임대료(리스) 등이 영업외손실(408억원)로 반영된 영향이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2019년 5%에서 지난해 -6%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호텔신라의 실적 부진 원인은 면세점 유지를 위한 임대료와 호텔 유지비용, 인건비 등 높은 고정비 등이 손꼽힌다. 2020년 3분기 기준 분기보고서를 기반으로 살펴보면 2020년 3분기 기준 매출(2조3462억원) 중 재료비와 인건비, 기타영업비용(임차료·알선수수료 등)이 2조4963억원으로 매출액을 훌쩍 넘어섰다. 장사를 했지만 고정비를 부담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는 재료비, 인건비, 기타영업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22%, 44%나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크게 저하되면서 적자를 피할 수 없던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불어난 ‘빚’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비용과 더불어 리스회계기준 변경 등이 맞물려 차입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2018년 3640억원 수준에 그치던 순차입금은 2019년 1조23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3차례 회사채 발행으로 35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조달이 발생하며 2020년 3분기 기준 1조4691억원까지 불어났다. 총차입금은 1조7755억원으로 집계되며 이에 따른 차입금 의존도는 54.3%로 나타났다. 총자본 중 절반 이상이 ‘빚’이라는 말이다. 이는 2018년 대비 25.7%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총차입금/EDITDA’ 수치는 40.3배를 기록했다. 영업창출력 대비 총차입금이 40배를 넘긴다는 뜻이다.
 
호텔신라는 수년간 사업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인천공항 면세점을 오픈한 이후 △2010년 청주·대구공항 면세점 △2011년 김포공항 면세점 △2013년 싱가폴 창이공항 면세점 △2014년 마카오공항 면세점 △2015년 HDC신라면세점 지분출자 △2016년 푸켓·동경 시내면세점 △2017년 홍콩 첵랍콕공항 면세점 △2018년 인천공항 T2 면세점 및 제주공항 면세점 △2019년 김포공항·마카오공항 면세점 △2020년 신라 모노그램 다낭점 등을 연이어 오픈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에 1개꼴로 사업을 확장시킨 셈이다.
 
2009년부터 10년간(2018년) 발생한 투자비용은 총 867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과 2020년역시 각각 601억원, 417억원의 투자비용이 발생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자본적 지출(CAPEX)만 3131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부채비율도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호텔신라는 344%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64%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284%에서 80%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부채는 2조2699억원으로 전년 2조6077억원과 비교해 3378억원 줄었지만 자본총계도 9195억원에서 6239억원으로 감소하며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5년간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208.5%, 2017년 236.7%, 2018년 201.1%, 2019년 283.6%, 2020년 364%로 수년째 200~300% 수준의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대표적인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100% 미만이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호텔신라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하며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호텔신라의 2020년 3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1060억원으로 집계되며 자금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을 입증했다. 최근 5년간 166억원에서 3071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자본총계도 감소했다. 쌓아뒀던 현금을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꾸준한 수익을 통해 매년 자본총계 규모를 늘려왔던 호텔신라는 2011년 6000억원에서 2019년 9000억원으로 3000억원가량을 증가했지만 지난해 620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불어난 차입금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자산매각’ 등의 방안도 거론되는 가운데 호텔신라는 우선 수익성 제고에 집중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회복예상 시점이 불투명하고 자금사정이 녹록지 않은 현 상황에서 호텔신라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업 확장 등 투자를 이어온 것”이라며 “현재로선 자산매각 등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면세사업은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코로나19 영향을 극복하고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호텔사업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운영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밝힐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역시 호텔신라에 대한 전망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을 제시했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서울 호텔의 경우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는 등 영업실적의 회복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외부 차입 조달 증가등으로 재무지표가 저하된 가운데 영업 회복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재무구조가 단기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호텔신라 신용등급을 ‘AA/Stable’에서 ‘AA-/Stable’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7월 등급 전망을 ‘부정적 검토’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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