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R&D 폭증? 숫자 뜯어보니 '매출 급감 효과'
올 연구개발비 비중 33.7%…매출 감소 영향
올해 '가디스오더' 흥행 실패로 고전
내년 기대작 성과 R&D 지속가능성 핵심 변수
공개 2025-12-1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1일 14: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준하 기자] 카카오게임즈(293490)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 비중이 올해 30%를 넘어서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겉으로는 R&D 투자가 크게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년째 이어지는 매출 감소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에도 신작 '가디스오더'의 흥행 실패로 실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기대작들의 흥행 여부가 향후 R&D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D 비중 33.7%…금액은 줄었는데 비중은 늘어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33.7%를 차지했다. 전년 말 26.9%에서 6.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회사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게임업계 R&D 비중이 통상 10~20%대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중 확대는 매출액이 급격하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액은 2022년 8012억원, 2023년 7258억원, 2024년 6272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오딘)’의 흥행으로 2022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후 신규 핵심 IP 공백, 경기 둔화 등 영향이 겹치며 외형이 하향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 올해에는 R&D 비용이 오히려 감소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5786억원에서 올해 3661억원으로 36.7% 감소했고, R&D 비용은 1313억원에서 1234억원으로 6.0% 줄었다. 매출액 감소 폭이 훨씬 컸기 때문에 R&D 비중은 오히려 커지는 착시효과가 벌어진 셈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 16개사 중 카카오게임즈를 포함한 9개사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R&D 비용을 전년 대비 줄였다. 다만 최근 수년간 카카오게임즈의 R&D 비용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연간 R&D 총액은 2022년부터 1308억원, 1492억원, 1688억원으로 증가했다.
 
게임산업에서는 구조적으로 막대한 R&D 투자가 불가피하다. 게임 그래픽 기술의 고도화, 유저들의 기대치 상승 등에 호응하기 위해 매년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국내 주요 게임회사들은 경영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R&D 투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대형 게임 제작을 위한 R&D 비용이 많이 든다. 내년 출시 예정인 ‘프로젝트 Q’,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은 AAA 게임(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투입해 제작하는 대형 게임)이다. 핵심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엑스엘게임즈가 개발을 담당하기 때문에 제작에 투입되는 R&D 비용은 모두 연결 비용으로 반영된다.
 
R&D 비용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해 단기간에 조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게임 등 IT 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R&D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3분기 기준 카카오게임즈의 인건비 비중은 75.9%였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036570), 넥슨게임즈(225570), 펄어비스(263750) 등 다른 게임사의 인건비 비중도 70%대 중반에서 80%대 후반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 매출 감소 영향으로 (R&D) 금액은 다소 줄었으나 매출 대비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며 "개임개발과 제반 기술, 안정적인 서버와 클라이언트 환경 구축에 관한 연구개발로 인해 R&D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 기술이 서비스 측면에 적용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만드는 연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상차손 리스크 없어…내년 신작 성과 절실
 
카카오게임즈는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고 전액 당기 비용으로 처리한다. 게임의 흥행 실패 시 예상수익이 장부가액에 미달해 발생하는 손상차손 리스크가 원천 차단된다는 의미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동일한 회계처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손상차손 위험이 없다고는 해도 매년 1000억원이 훌쩍 넘는 R&D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매출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올해 카카오게임즈는 신작들의 공백과 흥행 실패로 인해 고전했다. 올해 출시한 유일한 게임인 ‘가디스오더’는 사실상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은 수집형 액션 RPG 게임 ‘가디스오더’는 9월 말 출시됐지만 출시 40일 만에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게임 초반의 지루함, 부족한 타격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게임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개발사 픽셀트라이브의 재무 악화도 결정적인 문제였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픽셀트라이브의 자본총계는 -6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게다가 가디스오더 제작에 무려 8년이나 소요되면서 자금난이 심화했고 결국 지난 4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업에 투자를 한 게 있긴 하지만 종속회사나 관계사가 아니고 기업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 보니 재무적인 영향을 예측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퍼블리싱한 게임이 서비스 중단이 됨에 따라 발생하는 이용자 피해 방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11개의 신규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가 기대감을 내비친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Q’, ‘프로젝트 OQ’와 PC콘솔 게임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크로노 오디세이’ 등의 흥행이 관건으로 보인다.
 
신작들의 성과에 따라 ‘오딘’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극복할지도 주목된다. '오딘'은 종속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개발해 2021년 출시된 게임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며 핵심 캐시카우가 됐다. 올해 6월에도 4주년 업데이트를 통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단일 IP 의존 비중이 높은 매출 구조는 리스크로 지적된다.
 
김준하 기자 jha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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