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첨단소재, 선제투자가 독 됐다…3년 적자에 '좀비기업' 전락
2022년부터 시설투자만 8400억원 했는데 3년 연속 적자
수익시점 지연되며 현금흐름 '비상'…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마이너스
공개 2025-04-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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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솔루스첨단소재(336370)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캐즘(수요 둔화)'이라는 리스크를 맞닥뜨리며 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전부터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박 생산설비 확충에 투입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렸지만, 전방산업 업황 악화로 수익 가시화 시점이 늦어지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급증한 차입금과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자보상배율 마이너스(-), 반복되는 자산 매각은 솔루스첨단소재의 성장 전략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에 솔루스첨단소재는 제품 다각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 올 4분기를 흑자전환 시점으로 보고 있어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터터바냐(Tatabányá) 전지박 공장 전경. (사진=솔루스첨단소재)
 
선제적 사업 확장…조기 수익화 ‘실패’
 
23일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는 이차전지 핵심 부품인 동박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 등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를 예측, 선제적으로 반영해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렸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형자산 취득에만 약 8418억원을 투입했다. 회사는 지난해 유럽 유일 동박 생산기지인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CAPA)를 두배 이상 확대했다. 기존 제1공장의 생산능력(CAPA) 1.5만톤에 지난해 제2공장 생산능력(2.3만톤)까지 더해 연간 총 3.8만톤의 동박 양산을 시작했다. 북미 생산거점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에 최초로 대규모 동박 생산시설을 2023년 착공해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 가동은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으로 연산 2.5만톤에 이른다.
 
이처럼 솔루스첨단소재가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전방 산업의 흐름은 예측과 달랐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이 시작되며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기업들까지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수요 둔화와 수율 안정화 지연으로 인해 해외 신규 공장의 조기 수익화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솔루스첨단소재의 영업적자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지속됐고,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15억원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동박 사업의 경우 초기 설비투자 비용이 크고, 수율 안정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무리한 선제 투자 전략은 재무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현금창출력도 급감했다. 솔루스첨단소재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900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189억원에 달했다. 이는 회사가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했지만, 이 같은 투자가 실질적인 매출 및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역시 1551억원에 불과했다.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마이너스…'한계기업' 분류
 
자연히 재무구조도 흔들렸다.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2023년 2455억원에서 지난해 6094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자비용만 연간 261억원에 달하는 상태인데다 이자보상배율은 –2.09배를 기록했다. 회사 수익으로 은행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앞서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2022년(-5.71배)과 2023년(-2.98배)에도 이자보상배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해당 지표가 3년 이상 적정기준인 1배 이하를 기록할 경우 한계기업, 즉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회사의 지난해 차입금의존도 역시 36.8%로 전년(21.9%) 대비 14.8%포인트나 증가했다. 유동비율 72.5%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준에 근접한 상태다.
 
특히 단기성부채가 유동부채의 75.8%에 달하는 점은 솔루스첨단소재의 재무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을 합한 금액이 6245억원에 이르는 반면, 당장 손에 쥔 현금은 1551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모회사인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금융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카이레이크는 2020년 말 두산그룹으로부터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수하며 NH투자증권 등 금융기관을 통해 약 3500억원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는데, 최근 ‘재무약정 위반(Covenant Breach)’ 사유가 발생했다. 해당 약정은 솔루스첨단소재가 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7.5배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회사의 EBITDA는 이보다 미미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스카이레이크는 대주단에 약정 적용 유예를 요청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핵심 계열사인 룩셈부르크 소재 CFL(Circuit Foil Luxembourg)의 매각 추진이 대표적이다. CFL은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을 제조하는 고수익성이 기대되는 자산으로, 현재 글로벌 인수합병(M&A) 자문사 제프리스를 통해 원매자 모집에 들어간 상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3년에도 바이오 자회사인 솔루스바이오텍을 매각해 약 3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회성 자산 매각이 반복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낮고, 결국 근본적인 수익성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동박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하이브리드 제품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은 올 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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