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56억 확보했지만…본업 부재로 사업지속성 '불투명'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56억원 조달…최대주주 변경
기존 사업 매출 급감에 신사업도 뚜렷하지 않아 '우려'
공개 2025-02-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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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캐리(313760)가 납입 지연 등으로 난항을 겪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숨통을 틔웠다. 운영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캐리는 증자를 통해 56억원을 확보하게 됐지만, 기존 매출이 급감한데다 신규 사업 여력도 뚜렷하지 않아 경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50억원을 수혈했다. 발행금액은 56억원이지만 6억원은 기존 단기대여금을 신주인수인에 상계하면서 실질적으로는 50억원만 확보했다. 이번 증자로 최대주주도 변경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드림투자조합(지분율 19.06%)을 대신해 드래곤인베스트조합이 231만3402주(22.72%)를 인수하며 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구리 중개업에 바이오 사업까지…잦은 사업변경 '우려'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추진 등 경영상의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신사업 관련 내용은 아직까지 부실하다. 사업 변경도 잦았고, 신사업 추진 정보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캐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미영위 사업을 정리하고 바이오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한 바 있다. 여론조사업을 비롯해 가상화폐 관련 사업 등을 중단하고, 의약원료와 중간체 제조업, 재조합 단백질항체 제조업 등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캐리는 지난해 10월에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을 이미 변경한 바 있다. 수출업, 학원운영업, 고용알선업 등을 미영위 사업으로 삭제하고 구리 중개업, 커피 프랜차이즈업, 부동산 개발업 등을 신규로 추가한 것이다. 구리 중개업의 경우 신규사업으로 추가하고 아랍에미리트의 '유로 얼라이언스'와 구리 등 광물 수입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총 수입 물량을 연간 10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은 없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사업 발표가 주가 관리용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캐리 주가는 지난해 8월 2860원으로 최저가를 찍었지만 한달 만에 7200원까지 급등했고, 지난해 10월 856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올해 1월 2270원으로 다시 최저가를 기록하면서 널뛰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한 회사가 대규모 수주 소식이나 특허를 발표했다는 내용이 없다면 크게 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캐리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면 대량 매수를 통해 끌어올린 뒤 매도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드래곤인베스트먼트조합은 전준수 제이에스피아이엔씨 대표가 최다출자자로 있는 투자조합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드래곤인베스트먼트조합은 "법령상 인·허가 또는 신고·등록 의무 등이 없는 조합"이라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1조에 따라 소유 주식 등을 1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관련 공시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의무보유 조치를 완료하지 않은 경우에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2조에 따라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법령상 인·허가 또는 신고·등록 의무 등이 없는 조합은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가 결성하는 개인투자조합이지만, 등록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해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기존 사업 손실 막대…매출보다 순손실 커
 
캐리가 신사업 분야를 자주 변경하는 이유는 본업인 태양광, 전력공급장치 등에서 매출이 급감해서다. 
 
캐리는 지난 2020년 매출액 632억원, 영업이익 –1억원, 당기순이익 3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이듬해인 2021년 매출액은 361억원으로 반토막나면서 매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3년에는 매출액(170억원)보다 순손실(176억원)규모가 더 커지면서 사실상 사업지속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억원에 불과했고 결손금은 216억원이 쌓였다. 부채비율은 21.97%(2020년), 61.68%(2021년), 55.07%(2022년), 104.06%(2023년)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매출을 책임지던 태양광발전 EPC는 2022년 32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2.4%를 차지했지만, 2024년 3분기엔 9억원으로 급감했다. 78억원에 달했던 태양광 전력변환장치 매출도 2억원에 그쳤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은 여전히 먼 얘기다. 게다가 지난해 신규 사업과 투자목적으로 매입한 서울 강남구 소재 건물도 부담이다. 해당 부동산의 경우 중도금은 CB발행으로 해결했지만 잔금 162억원을 치르지 못해 등기 예정일을 지난해 11월29일에서 오는 8월29일로 9개월이나 미뤘다. 
 
캐리 측은 오는 4월30일로 예정된 제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납입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권면 총액은 105억원으로 발행목적은 신규사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해당 CB의 경우 지난 2023년 6월 발행이 결정됐지만 납입일만 12회가 미뤄졌고 발행 대상자도 6회나 변경됐다.
 
<IB토마토>는 캐리 측에 경영상태와 신사업에 대한 내용을 문의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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