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람테크놀로지, 자산 90% 자금 수혈…투자성과 증명 '절실'
1회차 전환사채 330억원·2회차 교환사채 23억원 모집
차세대 모빌리티·AI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 전망
공개 2024-08-0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1일 16: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자람테크놀로지(389020)가 전환사채와 교환사채를 통해 353억원을 확보했는데 자산의 90%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해 다소 무리한 자금 조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모빌리티·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향후 주주가치 등락에 따라 오버행과 풋옵션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 실적 개선을 비롯한 성과 증명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자람테크놀로지 홈페이지 갈무리)
 
CB·EB로 353억원 발행해 연구개발비 투자 '총력'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람테크놀로지는 제1회차 전환사채(CB)로 330억원, 2회차 교환사채(EB)로 23억원 총 353억원을 발행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1회차 CB와 2회차 EB 둘 다 표면이자율은 0.0%, 만기이자율은 3.0%로 정해졌다. 사채만기일은 3년 후인 2027년 7월31일이다.
 
자람테크놀로지는 CB와 EB 모두 운영자금 명목으로 발행했으며 대부분 연구개발비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6기가(G) 지원 25G·50G 수동 광통신망(PON)-맥(MAC) 칩, 모빌리티용 네트워크 프로세서, 저전력 엣지 디바이스용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등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다만, 자람테크놀로지는 자산 대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발행해 연구개발비를 외부 자금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자산총계는 40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번에 전환사채와 교환사채로 빌린 353억원은 86.52%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79억원으로 현재 보유한 현금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한 것이다. 사채권자가 표면이자율을 0.0%로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주가치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사채권자가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조기상환 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6월16일부터는 조기상환 청구 행사가 가능해지는데 2년 안에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부채 부담은 다소 높아질 전망이다. 부채총계는 지난 1분기 41억원에서 353억원을 더한 394억원으로 늘어나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11.06%에서 107.36%로 10배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주주가치 상승에 따른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내년 7월31일부터는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에 발행하는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신주 73만3413주가 발행되는데 기존 주식 총수(619만7730주) 대비 11.83%에 달한다.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대표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오버행 우려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1년 이상 시간이 남았고, (그 사이에) 회사가 잘 성장하면 10% 정도에 해당하는 물량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현재 200억원 정도 자금이 있지만, 요즘 반도체 칩 하나 찍는데 50억~100억원씩 들어간다. 저희가 내년이나 후년에 돈을 벌어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채를 통해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겨서 지금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에서 모빌리티·AI로 사업 영역 확대·M&A로 시너지 기대
 
이에 자람테크놀로지는 이번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서 기존 통신 분야에서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관련 분야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액은 116억원을 기록해 2022년 161억원보다 27.89% 감소했다. 특히 2022년 88억원에 달했던 수출 매출이 지난해 52억원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통신반도체(XGSPON칩) 제품 수출 매출은 2022년 129억원에서 지난해 205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기존에 함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기가와이어 수출 매출이 2022년 49억원에서 지난해 9억원으로 급감한 탓이다. 이로써 전체 매출에서 수출 매출 비중은 2022년 54.90%에서 지난해 44.92%로 감소했다. 
 
이에 자람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모빌리티와 AI 분야를 점찍었다.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국책과제로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 표준 ‘ISO 26262’를 지원하는 모빌리티용 네트워크 프로세서 시스템온침(SoC) 설계기술이 선정돼 지난 4월1일부터 2026년 말일까지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개발을 마치면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쪽에 반도체 칩 공급을 계획하고 있고, 이에 영업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회사와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자람테크놀로지는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는 XGSPON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해외 지역별 글로벌 통신사를 공략해 해외 주요 고객사와 안정적인 매출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인공일반지능(AGI)을 위한 뉴로모픽 알고리즘과 뉴로모픽 반도체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국책과제도 선정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해당 과제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뉴멘타(Numenta)와 함께하는 국제 협력 사업으로 8월 중에 선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대표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국책과제로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시켜 공급을 하려면 자동차나 시스템 반도체 쪽을 오래 해 온 회사를 합치거나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해서 전방 산업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라며 “다만, 아직 당장 M&A가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들어가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비용들이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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