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홀로서기 현주소)②대우에스티, 야심찬 출범 뒤 초라한 추락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146억원·영업손실 61억원…출범 후 첫 영업손실
소규모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발라드' 잠실·개포 등지서 '잡음'
올 들어 대우건설로부터 800억원 지원…주택부문 임원까지 수혈
공개 2024-07-1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8: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들의 사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개발, 인프라 개발 등 사업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소규모 주택·건축 사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변화에 발맞춰 주요 건설사들은 새로운 사업 공략을 위해 자회사를 활용하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기존 ‘자이’, ‘푸르지오’의 주거 서비스를 담당하던 자회사를 키워 소규모 주택사업 공략에 나섰고, DL이앤씨는 모회사와 흡사한 사업을 영위하던 자회사들을 합병했다. <IB토마토>는 이들 주요 건설사의 자회사를 분석하고, 영위 중인 사업과 재무건전성 등을 톺아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출범 5년차를 맞은 대우건설(047040) 자회사 대우에스티가 매년 외연 확장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반면, 여전히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모회사로부터의 독립에 사실상 실패한 모습이다. 소규모 주택사업 추진과 기업공개(IPO) 등 출범 초기 내걸었던 사업 계획도 단기간 내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대우에스티가 시공한 '대치 푸르지오발라드' 조감도.(사진=대우에스티)
 
2020년 출범 이후 유의미한 실적 못 내…IPO도 기약 없어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에스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332억원, 영업이익 12억원으로 전년(매출 3493억원, 영업이익 40억원) 대비 매출은 1000억원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대우에스티는 철골과 관련 구조물 공사업을 영위하는 인도 소재 ‘DAEWOOST INDIA PRIVATE LIMITED’의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에스티의 유일한 자회사다. 지난해 이 회사가 매출 196억원, 당기순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면서 대우에스티의 연결 기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자회사의 실적을 제외한 대우에스티의 별도 기준 실적은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매출 4146억원, 영업손실 61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통합 법인 출범 이래 첫 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매출 3325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30억원을 넘어선 사례가 없다. 다만 별도 기준 매출은 △2020년 1479억원 △2021년 2429억원 △2022년 3325억원 △2023년 4147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 가까운 성장을 달성했다.
 
 
 
대우에스티는 대우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 스틸(Steel)사업을 영위하는 대우에스티가 주거 서비스 기업 푸르지오서비스와 발전부문 자회사인 대우파워를 흡수 합병해 종합 부동산 운영·관리 기업으로 출범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같은해 8월 이 과정에서 대우파워가 합병 대상에서 제외되며 대우에스티가 푸르지오서비스 만을 흡수합병하며 지금의 회사가 탄생했다.
 
합병과 동시에 상장을 위한 IPO 작업에도 착수한 바 있다. 경쟁사인 GS건설(006360)의 자회사로서 지난 2019년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자이에스앤디(317400)의 영향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우에스티는 지난 2020년 IPO를 위한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2022년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당시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자본시장 경색으로 IPO 계획은 현재까지 잠정 연기된 상태다.
 
험난한 '푸르지오발라드' 주택사업…모회사 지원도 여전
 
대우에스티는 소규모 주택사업을 위해 신규 브랜드 '푸르지오발라드' 상표권을 출원하고 수 건의 사업을 진행해 왔다. 실제 출범 초기 △을지로5가99오피스텔(271억원)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160억원) △개포동 도시형생활주택(303억원) 등을 잇따라 수주했다. 당시 수주한 사업들을 기반으로 매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푸르지오발라드'를 앞세운 주택 사업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오피스텔인 '잠실 푸르지오발라드'와 강남구 개포동 도시형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발라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잠실 푸르지오발라드의 경우 지난해 7월 대우에스티가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시행사인 성도홀딩스가 채권자인 방이포르테 등에게 부담하는 미상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 채무를 떠안은 바 있다. 당시 인수금액은 자기자본(915억원)의 80.8%에 달하는 740억원이었다. 현재 이 오피스텔 준공은 완료된 상태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잠실 푸르지오발라드에는 68억원의 공사미수금, 16억원의 미청구공사가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분양을 시작한 대치 푸르지오발라드는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당시 3.3㎡당 최고 7900만원 수준의 분양가와 최근 전세사기 사례가 다수 나온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점 탓에 한 가구의 계약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올해 1월 준공 이후 3개월 만에 신탁 공매로 넘겨졌다. 이 단지의 시행은 대우건설과 이스턴투자개발이 각각 42.9%의 지분을, 키움증권이 7.2%의 지분을 보유한 대치176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맡았다. 다만 채권자가 분양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공매를 신청한 것이다. 대우에스티는 이 사업에 대한 공사미수금 110억원과 미청구공사 88억원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했고, 대손충당금 26억원을 설정하며 손실을 선반영했다.
 
대우에스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일부 수분양자들과의 관계 탓에 분양사업을 원활히 마무리하지 못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주택 사업 지속 여부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업 부진으로 대우에스티의 재무건전성은 최근 들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연결 기준 72.6%이던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40.7%로 상승했다. 1년 새 673억원이던 부채총계가 1278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회사는 지난 6월에도 모회사인 대우건설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800억원을 3년 만기로 차입했다. 또한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 상무를 올해 4월 대우에스티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인력 지원도 단행했다. 다만, 신규 주택사업 수주보다 기존 사업들의 수월한 마무리를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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