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성장통)②가문 갈등 '점입가경' 속 독자행보 강화
두 차례 유상증자 이후 최씨 집안 지분율 대폭 증가
고려아연 투자 늘리면 배당 줄어들 가능성에 영풍 '불만'
영풍, 고려아연 지분 매입…주총마다 갈등 가능성
공개 2024-06-2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1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아연 제련 사업을 넘어 풍력 발전소 투자 및 재생 금속 생산 등 저탄소 배출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화석 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금속 제련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대대적인 변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창업 이래로 협력을 이어온 영풍과의 불화 및 향후 성공적으로 저탄소 기업으로 안착 여부도 고려아연이 성장 과정에서 맞이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IB토마토>는 고려아연이 지속성장 기업으로의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의 최씨 집안(이하 고려아연 측)과 영풍(000670)의 장씨 집안(이하 영풍 측)의 갈등이 지분 확보 경쟁으로 표출되고 있다. 두 집안의 의견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려아연 사업 확대 과정에서 우호 지분 확보와 투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지분 희석을 우려하는 영풍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풍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은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두 집안의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이라 향후 갈등 관계는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고려아연)
 
연이은 유상증자…신사업 지지 기반 '확보'
 
21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신재생 에너지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이하 TD사업)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TD사업은 고려아연이 금속 제련업에서 탈피해 신재생 에너지·자원순환·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확대 내용을 담고 있다. TD사업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자금 일부를 조달했다. 아울러 협력 파트너사를 주주로 맞이함으로써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한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 현대차(005380)그룹의 북미 투자 법인인 HMG글로벌(HMG Global LLC)을 대상으로 5272억원 규모(104만5430주, 지분율 5.26%)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에도 한화임팩트의 미국 내 투자 자회사인 한화H2에너지USA(Hanwha H2 Energy USA)를 대상으로 99만3158주(당시 지분율 5.26%)의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측은 10%에 가까운 지분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했다.
 
두 차례의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로 영풍 측의 지분율은 낮아졌다. 유상증자 이전인 2021년 말 기준 35.54%였지만 올해 주주총회를 앞둔 지난 3월8일 기준 32% 수준으로 낮아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우군을 확보한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33%를 웃돌며 영풍의 지분율을 앞질렀다.
 
영풍 측의 지분율이 줄어들며 두 집안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영풍 측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 요구와 정관 개정 반대 의사를 밝히며 고려아연 측의 주주총회 안건을 반대했다. 지난해 9월 유상증자 안건에 대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불참하는 등 간접적인 불만 표출이 있었지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주주총회 이후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공동구매 계약을 중단하는 등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6월20일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린상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을 통과시켜 기존 영풍 측 인사와 함께 운영하던 이사회도 장악했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두 집안 갈등의 원인은 고려아연의 방향성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신재생 에너지 및 2차 전지 소재 등 신사업으로 체질을 바꾸고자 하는 반면, 영풍은 금속 제련 사업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위상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풍은 지난해 고려아연으로부터 취득한 배당금 수령액이 1607억원으로 2022년(1042억원)보다 54.2% 증가했다. 고려아연이 배당금을 늘릴수록 영풍의 금고도 두둑해지는 구조다. 고려아연이 투자를 확대할 경우 배당금이 낮아질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풍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금속업계에서는 영풍 측이 앞으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로 영향력을 유지하려 노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으로 두 집안의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지면서 갈등도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계속되는 지분 확보 경쟁…매년 갈등의 불씨 점화 가능성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 이후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은 지분 매입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분율 확대 필요성이 더 큰 영풍 측이 지분 매입에 더 열심인 모습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부터 6월7일까지 영풍 측 지분으로 분류되는 코리아써키트가 고려아연 주식 6400주를 매수했다. 이에 코리아써키트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0.56%로 0.03%P(포인트) 증가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 4월23일부터 25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5300주를 매수한 바 있다.
 
아울러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지난 4월3일부터 4월22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9753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0.56%에서 0.6%로 0.4%P 늘렸다.
 
영풍 측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수하면서 향후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의 지분율은 막상막하의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 측의 지분율을 무시할 수 없는 까닭에 향후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 두 집안의 의견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앞으로 자본적 투자(CAPEX) 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됨 따라 향후 배당 확대 문제 등 안건을 두고 매년 주주총회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올해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 CAPEX는 5000억원, TD사업 CAPEX는 1조2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TD사업의 CAPEX(1000억원)에서 12배 증가한 금액으로 투자 증가에 따라 배당금 증액이 어려울 가능성도 관측된다.
 
고려아연 측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알려진 바와 같이 영풍과의 공동 사업 종료 등을 통해 단독으로 사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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