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끝나지 않은 '남매의 난'에 흔들리는 경영권
배당금 갈등 끝에 구지은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불발
구 전 부회장·구미현씨 지분 총합 57.8% 의결요건 충족
2022년부터 지분 매각 언급…노조 "고용불안 조장" 비판
공개 2024-04-2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7: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배당금을 둘러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과 구본승 전 부회장의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최근 열린 주총에서는 구 부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이사회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구 전 부회장과 지속적인 갈등이 퇴출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장녀인 구미현씨와 구 전 부회장이 다시 손을 잡으면서 향후 아워홈의 경영권과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외관 전경. (사진=아워홈)
 
구지은 부회장 지분 20%…우호지분 확보 절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달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구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가 오는 6월 종료되는 가운데 상법상 사내이사를 최소 세 명 이상 둬야 하는 만큼 다음달까지 주주총회를 재소집해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주총을 통해 선임된 사내이사는 아워홈의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아워홈 전 회장의 장녀인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다. 앞서 구씨 역시 배당금으로 인해 갈등을 빚어온 만큼 구 전 부회장의 우호세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워홈의 지분은 구 전 부회장이 38.56%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장녀인 구씨가 19.28%를 차지하고 있어 구씨가 구 전 부회장과 손을 맞잡을 경우 두 사람의 지분은 57.84%에 이른다. 두 사람의 지분 만으로 이미 과반수를 차지하는 만큼 구 전 부회장의 우호세력을 모아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상 사내이사 등의 선임은 보통결의로 진행되며, 주주총회 시 출석주주가 과반수일 때 발행주식의 4분의 1이 찬성하면 결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880만주로 전체 주식수인 2281만9520주의 4분의 1을 넘어선다. 추가 안건 상정 시 특별결의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출석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3분의1 찬성 요건만 맞추면 의결이 가능하다.
 
반면 구 대표이사의 지분은 20.67%에 그치면서 4분의 1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둘째 언니인 구명진씨의 지분 19.60%를 합쳐도 40.27%에 불과하다. 
 
앞서 구 전 부회장과 구씨가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 가능성을 언급해온 만큼 아워홈의 경영권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022년 2월 구 씨와 함께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보유 지분 58.62%(특수관계자 포함)의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 등이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받아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 매각은 무산됐다. 지난해에도 2900여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하며 지분 매각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아워홈은 입장자료 등을 통해 "지분매각의 효율성을 기하고자 배당을 제안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배당의 규모가 회사 이익의 10배가 넘는 규모이며 배당안이 가결될 경우 지급을 위한 차입만 큰 폭으로 증가, 오히려 지분 매각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라며 "관련하여 이익잉여금 등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창사 이후 이익에 대한 누적 수치이며 일반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자산 등에 투입되는 금액으로 배당금으로만 활용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배당금 30억원 불과하자 갈등에 '불씨'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구 대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장녀 구씨를 설득하거나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구씨 역시 배당금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만큼 화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3월 주총 당시 구 전 부회장이 2900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했을 당시, 구씨도 배당금 460억원을 요구했다. 올해에도 현장 제안을 통해 배당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아워홈이 30억원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그치면서, 구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불가능하게 하고 구씨와 그 남편인 이 전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형식으로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워홈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배당 규모를 크게 줄였다. 2021년 776억원에 이르렀던 배당금이 2022년에는 무배당으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9835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3년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이 30억원에 그쳤다는 점 등이 불만을 산 것으로 보인다.
 
배당규모는 여전히 작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워홈의 실적 회복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아워홈의 매출액은 1조8791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으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급식업계 침체 등 여파로 2020년 1조625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021년 1조7408억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2020년 93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영업이익 역시 2021년 257억원, 2022년 537억원, 지난해 943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구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 시절인 2021년 일명 '보복 운전 논란'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아워홈 재직 시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피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구 전 부회장은 이후 보유한 아워홈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 대표의 재선임 불발과 관련 한국노총 아워홈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회사 성장을 위해 두 발로 뛰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대주주 오너들은 사익을 도모하고자 지분매각을 매개로 손을 잡고 아워홈 경영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지난 17일 주총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0억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배당을 요구했고 자식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고 시도했다"라며 "형사 재판 중인 본인의 혐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감사 자격을 운운하며 재선임을 반대하고 보수 지급도 막아 아워홈의 감사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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