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손해보험(000370)(한화손보)이 이달 조기상환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상환에 나선다. 앞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한 차례씩 상환했는데, 이번 채권도 정리하면 올해 콜옵션 또는 만기 시점이 되는 증권을 모두 상환하게 된다. 높았던 자본성증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해 후순위채·신종자본 세 차례 상환…총 6680억원 규모 증권 정리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제11회차 무보증 후순위사채 3500억원을 차환 없이 상환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31일 발행했던 만기 10년물로 올해가 5년 조기상환 시점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이와 관련 <IB토마토>에 "차환 없이 상환으로 정리하고 있다. 올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둘 다 예정대로 상환을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10월도 변동 없이 진행(상환)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손보는 제8회차 후순위채 1280억원에 대해서도 지난 6월 만기 상환을 완료했다. 이는 2016년 6월에 발행했던 것으로 만기 구조가 7년물이다. 이달 제11회차를 추가 상환하면 올해만 총 47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정리하는 셈이다.
한화손보의 후순위채 잔액은 지난 1분기 기준 7280억원이다. 1분기 이후 상환된 제8회차와 제11회차 금액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제12회차 2500억원만 남는다. 이는 지난해 3월 발행했던 건으로 10년물이다. 조기상환 시점까지는 기간이 넉넉한 편이다.
후순위채뿐만 아니라 콜옵션 시점이 도래한 기발행 신종자본증권도 정리했다. 지난 7월 말 한화손보는 제10회차 사모 신종자본증권 1900억원의 5년 콜옵션 시점이 도래하면서 해당 채권을 상환했다.
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기존 4250억원에서 235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예년과 같은 수준이다. 나머지 잔액 부분은 각각 지난해 5월과 9월에 발행했던 제13회차 사모 1500억원과 제14회차 사모 850억원이다.
자본성증권 의존도 감소…양호한 K-ICS 비율 긍정적
신용평가 업계에 의하면 한화손보는 부채와 자본 구조에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에 대한 의존도가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분기 기준 총자산(17조5294억원)에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1%, 2.4% 수준이다.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K-ICS 대비 차원에서 지난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크게 늘린 결과다. 한화손보는 지급여력(구 RBC, 현 K-ICS) 개선을 위해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2350억원, 후순위채 2500억원 등 총 485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이처럼 자본을 확충하면 지급여력제도 지표에서 분자인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늘어나 비율이 상승한다.
지난해 자본성증권 잔액은 총 1조1530억원으로 이전 3년간 규모였던 698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상태였다. 올해 만기가 되거나 콜옵션이 도래한 증권을 모두 상환하면 잔액은 4850억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만큼 자본성증권 비중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사진=한화손해보험)
한화손보가 자본성증권 상환에 적극 나서는 배경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올해 IFRS17 체계서 자기자본을 회복하고 자본적정성 지표도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3473억원으로 전년도 1559억원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했다. 보험영업이익에서 손실 규모를 줄이고 투자영업이익이 증가한 효과다. 올해 상반기도 IFRS17 순이익이 2024억원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장기 보장성보험 중심 포트폴리오가 보험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 도입 효과로 부채총계가 지난해 20조1153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조3903억원으로 줄면서 자기자본은 3조2759억원으로 회복했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K-ICS 비율은 경과조치 후가 254.4%, 전이 176.7%로 개선됐다. 지난해 RBC 비율은 153.3% 수준이다. K-ICS는 올해 상반기 수치도 각각 260.9%, 177.5%로 양호하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는 시장금리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차환하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환을 선택했다면 당장은 K-ICS 비율 관리가 급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이번 상환에 따라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상반기 기준 178% 수준에서 16%p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경과조치 적용 효과도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