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스틸, 돈도 없는데 투자 직진…유증 카드 꺼내나
유럽 시장 진출 본격 시동…내년까지 1200억원 투자 예정
2분기 기준 현금 134억원 수준…주력 사업 위기까지 겹쳐
차입금 확대에 금융비용도 부담…유상증자 목소리 커져
공개 2023-08-2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4: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아주스틸(139990)이 유럽 시장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며 내년까지 12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인 가운데,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주스틸이 투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현금성 자산이 넉넉하지 않고, 주 매출원인 가전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투자 재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스틸, 차입금으로 투자 진행…향후 '유증' 가능성 솔솔
 
아주스틸은 그동안 전환사채 발행, 금융권 대출 등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가전 시장이 위축되면서 덩달아 컬러강판 매출이 줄어들며 이자 부담 등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환사채·금융권 대출에 이어 아주스틸의 유상증자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진=아주스틸)
 
올해 아주스틸의 국내외 투자액은 총 1658억원이다.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1조562억원)의 15.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가전 시장이 5분기 연속 위축되고 있지만, 컬러강판 생산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아주폴란드(아주스틸의 폴란드법인)는 지난해 신설 후 현지 공장을 인수하고 10개월만인 지난 6월 CCL(컬러코팅라인)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건설 자금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마련했다. 아주스틸이 아주폴란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건설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아주스틸은 올해 아주폴란드에 76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473억원을 투자한다.
 
문제는 투자 규모에 비해 아주스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아주스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4억원으로 올해 투자 계획의 10%에 채 미치지 못한다. 
 
대출에 따른 높은 금융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 아주스틸이 부담한 이자비용은 1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1억원보다 170%나 늘었다. 1년 사이 차입금과 회사채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주스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단기 차입금 144억원, 장기 차입금 622억원이 늘어났다. 대부분의 차입금 이율이 5% 이상이다. 대규모 차입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과 부족한 현금성 자산이 유상증자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율 감소도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기준 아주스틸의 지분구조는 이학연 대표 및 특수관계자 지분 42.69%, 전략 파트너인 일본 가네마츠의 지분 20.53%, 우리사주 2.44% 및 소액주주 33.04%로 구성돼 있다. 특수관계인 및 우호 지분율이 65.66%에 달해 지분 과반을 훌쩍 넘겼다. 
 
향후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인터뷰에 아주스틸 측은 "유상증자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방침을 전했다. 아주스틸 측은 "(회사가) 상장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현재 증시 분위기를 고려해 주주이익 보호 차원에서 유상증자 방안은 배제했다"라고 유상증자 철회 배경을 밝혔다. 덧붙여 아주스틸 측은 "아주폴란드 투자건은 씨티은행 등 금융권 차입을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업황 악화에 차입금 증가…재무제표는 악화
 
올해 들어 가전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컬러강판 시장도 동반 침체에 빠지고 있다. 아주스틸의 2분기 매출액은 241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911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아주스틸의 주력 매출원인 가전 시장 침체의 영향이 컸다.
 
철강 업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높은 원가율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아주스틸의 2분기 원가율은 92.4%로, 지난해 2분기 92.2%에서 소폭 높아졌다. 원가율은 92%대를 유지했지만 매출이 줄며 영업이익은 124억원에서 54억원으로 56.2% 감소했다. 아울러 차입금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이 55억원에서 7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며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아주스틸의 2분기 당기순손실은 30억원으로 지난해 78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공격적 투자에 따른 부채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2분기 아주스틸의 부채비율은 316.7%로 지난해 말 220.1%에서 96.6%포인트 높아졌다.
 
순차입금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2분기 아주스틸의 순차입금은 3673억원으로 순차입금의존도는 38.7%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집행되면서 차입금 규모도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기말 순차입금이 3004억원이고 순차입금의존도는 39.5%를 기록했다. 아주스틸이 차입금을 통한 설비 투자 등에 나서며 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순차입금 의존도는 소폭 줄었다.
 
한편, 후방 산업의 침체로 실적이 저하된 가운데 아주스틸 미국법인인 아주USA가 선전하며 회사의 자금 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향후 아주스틸 그룹의 자금 조달책으로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주USA는 2분기 당기순이익 102억원을 달성해 아주스틸 계열회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아주USA는 현대트랜드리드에 트레일러용 용융아연도금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아연 가격 하락과 화물 수요 증가에 따른 트레일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아주스틸 계열사 중 가장 선전하고 있다.
 
<IB토마토>가 아주USA를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자 아주스틸 측은 "미국 법인을 통한 자금 조달도 고려해 본 바 있지만, 아주스틸은 투자금 등 각 법안의 유동자금 문제는 각자가 해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법인을 통한 자금 조달도 배제했다"라고 설명해 미국 법인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주스틸 측은 타 계열사를 통한 자금 조달은 차입금 상환 및 대여금 상환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고려할 것이라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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