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vs조선, 후판가 협상 '줄다리기'…철강 우위 선점 가능성
양대업종 모두 수익성 감소 상황…협상 결과에 따라 개선 여부 관건
조선업 활황에 후판 수요 급증 여파…포스코도 공급 늘리며 수요 대응
공개 2023-08-18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8: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후판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철강과 조선 중 어느 쪽이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철강업과 조선업 모두 수익성 감소 및 영업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양보할 수 없는 가격 줄다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후판 공급 능력 회복과 선박 수주 잔량 증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맞물려 철강 업계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포스코, 원가율 상승과 힌남노 여파 탈출…협상력 높이나
 
포스코로 대표되는 철강업계는 생산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에너지 비용 부담도 커지는 가운데 후판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0월 톤당 85.2달러를 바닥으로 가격이 상승, 4일 기준 톤당 106.8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 변동성은 진정된 상태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고로를 가열하는 데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도 철광석 가격과 유사한 추이를 나타내며 8월4일 기준 톤당 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쇳물을 끓이는 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 가격은 8월 기준 산업용 도매가가 MJ당 19.0141이다. 2021년 8월 MJ당 13.1277원이었던 천연가스 도매 가격은 지난해 천연가스 가격 급등 이후 정점에서 인하됐지만 20원 내외를 유지 중이다.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포스코의 생산 원가율은 지난해 1분기 연결기준 88.1%에서 지난해 전체 92.7%, 올해 1분기는 93.9%로 물적 분할 이후 5.8%포인트 올랐다. 원가율 상승은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포스코가 지난해 3월 분할된 이후 3월 한 달 당기순이익이 2289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분기 전체 당기순이익이 245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크게 나빠진 실적을 보였다.
 
영업현금흐름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분할 이후 포스코의 한달간 연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1690억원 흑자였지만, 올해 1분기 포스코 영업현금흐름은 3859억원 흑자로 현금흐름이 크게 줄었다.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7월 포스코는 컨퍼런스콜에서 8월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지만, 중국 바오스틸의 가격 인상 여파가 결국 포스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포스코의 후판 협상력이 상반기보다 높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로 후판 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은 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포스코가 충분한 후판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상반기 후판 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것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부터 후판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조선사의 국산 후판 수요를 충족시켜주며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 능력 회복과 맞물려 선박 수주 잔량도 증가하고 있어 조선 업계가 필요로 하는 후판의 양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조선 수주잔량은 2020년 이래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2020년 2064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2021년에는 2977만 CGT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3868만CGT를 기록,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주잔량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는 수입산 후판 물량이 증가하며 수요를 충족시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후판 수입량은 119만5천 톤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1.9% 증가했다. 이 중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71만1천 톤으로 지난해보다 94.3%나 늘어나 영향력을 늘렸다. 특히 조선 업계가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국산과 수입산 후판을 폭넓게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국산 후판 사용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도 철강업계 협상력 증가의 배경이 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협상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포스코의 공급 물량이 늘어나지만, 수주 잔량 증가로 조선 업계가 필요로 하는 후판의 양도 함께 증가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포스코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에 충분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전망했다.
 
더불어 철강의 수요 산업인 건설, 자동차, 가전 산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조선용 후판 가격까지 인하로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포스코가 협상에서 물러서기 어려운 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IB토마토>는 협상에 관한 내용을 포스코에 문의했지만, 별도의 답변은 없었다.
 
조선업계, 불황의 터널 빠져나가는 중…가격 인상 부담
 
조선 업계는 긴 불황이 끝나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후판 가격이 인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 업계는 지난 3년 가까이 매출 원가율이 100%를 넘으며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
 
조선 산업의 구조는 조선사가 선박 건조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후판 등 원료 조달 비용을 낮춰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조선 업계의 원가율은 95%를 넘어선다. 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매출원가율은 95.8%로, 지난해 1분기 104.5%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후판 가격이 10%만 인상된다 해도 원가율은 98%에 육박한다. 관련 업계는 업황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 업계의 영업적자는 1분기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실적 전환은 시작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영업손실 190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오션도 2분기 적자폭이 줄어드는 게 유력함에도 영업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22분기만에 적자를 탈출했다.
 
 
 
 
영업 현금흐름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개선되고 있지만 실제 현금이 늘어나는 모습은 아니다. 선박 인도 후 건조 비용을 돌려받는 사업구조상 선박 건조 자금을 직접 조달하고 향후 비용을 보전받는 까닭이다. 조선 업계 앞에 높은 원가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실제 현금이 늘어나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 현금흐름은 76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38억원보다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분기 손실을 2932억원에서 1518억원으로 크게 줄인 영향이다. 삼성중공업의 영업 현금흐름은 1894억원 적자에서 295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오션만 현금흐름이 7211억원 적자에서 7497억원 적자로 흐름이 악화됐지만 한화 인수 이후 유상증자 자금 2조원이 유입되며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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