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현주소)①산업은행, 당면과제 첩첩산중인데…부산행 강행
자본적정성 하락 지속에 대출 여력 감소
부산 이전 강행에 직원 이탈 가속화 우려
공개 2023-08-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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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선진화 등 국가적 목적을 띠고 설립된 국책은행이 역할 수행에 대한 의문의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관치금융 논란이 지속되는 한편 민영화와 이전 논의도 끊임없이 오가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모두 곱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현재와 설립 목적의 이행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산업은행이 수북이 쌓여있는 당면과제를 안고 국책은행의 본분을 다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본적정성과 건전성이 하락해 제고에 나서는 한편 KDB생명과 HMM지분 매각도 진행한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부산 이전도 격화되는 내홍 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
 
자본적정성·건전성 국책은행 역할 걸림돌
 
산업은행이 자본적정성 제고와 KDB생명 매각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은행은 산업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지난 1954년 설립됐다.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민영화가 추진되기도 했으며, 2015년 통합산은이 출범해 현재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산업과 기업의 체질개선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우리 산업에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출 여력이 있어야한다. 산업은행의 지난 1분기 BIS자기자본비율은 13.1%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3%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2020년 16%에서 점차 하락해 지난해 말 13.4%까지 하락한 데에 이어 3개월만에 0.03%p가 내려간 것이다. 동 기간 시중은행의 평균 BIS자기자본비율인 16.7%과는 3%p 이상 차이다.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면 대출 한도도 축소돼 국책은행의 역할 수행 자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해당 부분을 언급하면서 올해 하반기 7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기발행한 8000억원의 후순위채까지 합하면 산업은행은 올해 1조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게 된다. 지난해 말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5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 규모보다도 1조원 큰 규모다.
 
다섯 번째 시도하고 있는 KDB생명 매각이 성사될 경우 산업은행은 지분 92.73%를 하나금융에 넘기며 매각 대금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각가는 2000억원 규모다. 하나금융이 지난달 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진행 속도에 힘을 싣고 있다.
 
 
자본적정성뿐만 아니라 위험가중자산 금액 규모도 확대돼 건전성도 악화됐다. 산업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위험가중자산 금액은 총 249조2736억원이다. 한국은 194조4074억원 규모이며 해외 국가에서는 미국이 8조61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7조127억원, 홍콩이 3조670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위험가중자산 총액은 242조9769억원으로, 3개월만에 6조2967억원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위험가중자산금액은 5조1735억원, 미국은 888억원, 중국은 2767억원, 홍콩은 2489억원 증가했다.
 
본점 부산 이전에 갈등 심화
 
자본적정성 제고와 KDB생명 매각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해 4월 지역균형발전 정책과제로 확정됐다.
 
지난달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부산 이전 계획안 수립을 위해 삼일PwC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삼일PwC는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과 금융수요 중심형 이전 등 두가지 안을 제시했고, 산업은행은 최소 인력 100여명을 여의도에 남기고 이외의 본사의 모든 기능 및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안을 채택해 보고했다.
 
이에 지난달 3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산은 노조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기관에는 7조원 손실, 국가 경제적으로는 15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재무학회는 국가 경제 파급효과 관점에서 보면 22조156억원까지 연쇄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은행의 거래처 또는 협업기관 직원 9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3.8%가 부산이전에 반대하며,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해 불편함을 느낄 경우 타 금융기관과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72.6%에 달했다.
 
직원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이전 논란에 지난해 상반기에만 76명의 직원이 퇴사했으며 지난해 말 90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 퇴사자 수인 40명에 비해 2배가 넘는 수다. 산은 노조가 지난달 임직원 2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KDB산업은행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은 임직원 94%가 부산으로 이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부산 이전이 본격화 될 경우 퇴사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후순위채 발행의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위험가중자산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닌 거래 자산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서는 "사측에서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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