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 H&G, 증자 사전작업 착착?…주주 반발은 숙제
1천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상향…신규 자금 조달 계획 전조 평가
관계사 대여금 등 수취채권 급증…현금흐름 경색 대응책 마련
3년간 영업활동현금 적자 기조…메자닌 발행 후 주주 반발 가능성
공개 2023-02-16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15: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에이프로젠(007460)의 의약품 유통·게임 퍼블리싱 계열사 에이프로젠 H&G(109960)가 메자닌 채권의 발행 한도를 증액한다. 자금 수요가 생길 것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메자닌 발행 한도 확대는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작업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최근 무상감자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만큼, 메자닌을 추가 발행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해결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에이프로젠 전경. (사진=에이프로젠)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젠 H&G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메자닌 발행 한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안을 상정키로 했다. 기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 한도는 1000억원이었으나,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500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상장기업이 메자닌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신규 자금조달에 앞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투자나 사채 발행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투자재원 확보 여력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메자닌 발행을 위한 조치가 진행 중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주총회에서 CB나 BW 한도를 늘리는 안건이 올라왔다면 이미 투자자를 확보하고 발행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자율이나 세부적인 발행 조건에 대한 부분이 모두 정해지진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단기대여금과 매출채권 등 수취채권 증가에 따라 악화된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취채권은 기업이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거나 거래 상대방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나중에 받기로 한 권리를 말한다. 통상 매출이 정체됐거나 감소했는데 수취채권만 급증한다면 회사가 자금 회수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이프로젠 H&G는 이 같은 돌려받아야 할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수취채권은 777억원으로 지난 2019년(185억원) 대비 31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9억원에서 70억원으로 68.1% 감소했다. 특히 회사는 지주사인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파마, 에이프로젠메디신, 에이프로바이오로직스 등 관계사로 나간 단기대여금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회사가 그룹 관계사에 빌려준 단기대여금은 2019년 144억원, 2020년 625억원, 2021년 500억원, 2022년 3분기 735억원 등으로 전체 수취채권 가운데 70~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에이프로젠 H&G는 최근 3년(2019년~2021년)간 총 69억원의 순이익이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89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캐시플로우가 유동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에이프로젠 H&G가 CB나 BW 발행에 나설 경우 잠재적 매도 가능 주식수 증가에 따른 주주 달래기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회사는 지난달 80% 무상감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9일 372원이었으나, 이날 보통주 5주를 1주로 무상 병합하는 감자 계획을 공시한 이후 10일 28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무상감자는 주주들이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주식 수만 잃게 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무상감자 기준일은 오는 3월21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메자닌이 발행되면 향후 투자자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인해 시장에 풀릴 주식수가 대량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에이프로젠 H&G 측은 향후 메자닌 발행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도를 늘린 것일 뿐 당장 발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장 발행 여부에 관해선 얘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면서도 “향후에 메자닌을 발행할 일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한도에 걸리지 않게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채권과 단기대여금에 관해선 “3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 매출이 가장 크게 발생했었는데, 의약품 등 유통업의 매출이 게임 매출을 앞지르게 되면서 매출채권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며 “관계사로 나간 단기대여금 또한 결국은 돌려받을 돈이고 회수도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무상감자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무구조 개선과는 크게 관련 없고 현재 유통주식수가 1억주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많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며 “유통주식수 감축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