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 하나투어, 기업 영속성 위축되나
2분기 영업손실 248억원…당기순손실 430억원
호텔에 본사 사옥 매각까지 초강수…유동성 확보 '안간힘'
포스트코로나 사업 경쟁력 확보 '관건'
공개 2021-08-19 09:4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영업을 종료한 SM면세점 인사동점. 출처/하나투어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국내 1등 여행사 하나투어(039130)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됐지만 최근 변이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국가 간 이동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생존을 위해 호텔을 처분하고 결국 본사 사옥까지 매각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막힌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될지도 의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하나투어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82억9000만원, 영업손실은 248억3600만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금액만 430억2200만원에 달했다.
 
하나투어는 지난 1993년 출범해 2000년 상장한 국내 최대 규모 여행사다.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국내 11개, 해외 23개를 포함해 총 34개다. 계열 및 관계회사로 범위를 넓히면 총 43개(하나투어 제외)에 달한다. 사업 범위는 여행중개를 중심으로 호텔, 면세점, 식음료, 부동산, 대부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하나투어는 매출이 전년 대비 82% 급감한 1095억원, 17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남겼다. 손실은 뼈아팠다. 예상치 못한 큰 폭의 적자로 하나투어의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795억원으로 돌아섰고, 자본총계는 2019년 2180억원에서 지난해 1250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났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라는 건 그동안 축적해 놓은 순이익을 모두 다 까먹고 결손금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도 지난해만큼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하나투어 자본총계가 납입 자본금 보다 적어진 자본잠식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졌다.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부채비율도 2018년 266%에서 지난해 696%까지 뛰었다.
 
 
벼랑 끝에 몰린 하나투어는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확보했다. 하나투어는 서울 시내에 총 2개 티마크호텔(티마크 명동, 티마크그랜드)을 운영해왔다. 올해 6월 하나투어는 티마크호텔 명동을 이지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12호에 950억원에 넘겼다. 본사 건물도 매물로 내놨다. 하나투어는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빌딩 일부를 약 94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으로 819억원을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넘긴 셈이다.
 
이에 더해 혹독하게 체질 개선 다이어트도 단행했다. 하나투어는 43개 관계회사 중 절반에 달하는 업체를 정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리 범위는 해외 자회사를 비롯해 호텔까지 전 범위에 이른다. 이미 투어팁스, 에이치엔티마케팅, 하나티앤미디어 등을 청산한 데 이어 면세점 사업에도 메스를 들었다. 지난 2014년 면세사업에 진출한 하나투어는 인천공항과 서울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해왔는데, 지난해 출국자 수 급감에 따라 영업을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임대료 등 고정비를 아껴 위기 상황에 버티기 위해서다.
 
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변수다. 백신접종 확대 등으로 당 초 올해 하반기부터 여행산업에 낙관론이 나왔던 것과는 달리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함께 국내 4차 위기가 오면서 업황 정상화 시기가 또 한번 미뤄지고 말았다. 업계는 내년 하반기에는 정상궤도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결과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늘길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정비 격인 인건비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하나투어는 2019년만 해도 직원이 2500명에 달했지만, 올해 초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 본사 필수인력을 비롯해 약 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직원들에 무급휴직을 단행했고, 7월부터 오는 9월까지 현재 휴직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지원금을 지원한다. 퇴직인원 규모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는 만큼 인건비 및 퇴직금 등의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고용지원금이 끊긴 이후부터가 진짜 고민이다. 정부지원금은 9월로 종료되는데, 업계에서는 이후 또다시 어느 정도 임금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나투어가 월 부담한 교용유지지원금은 약 16억원 수준이다.
 
소위 ‘버티기’에 성공해도 넘어야 할 언덕은 남아있다. 바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업경쟁력이다. 실제 하나투어의 실적을 살펴보면 업황 하락이 당장 지난해 국한된 일은 아니다. 하나투어는 사드와 홍콩 사태가 불거지면서 2019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세를 탔다. 총 출국자수 기준 하나투어 점유율을 따져보면 2018년 21.83%, 19.11% 지난해 17.5%로 떨어졌다.
 
하나투어의 매출은 대리점을 통한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 비중이 크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기존 대규모에서 소규모 형태로 여행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기존 대형 패키지 매출로 재미를 본 하나투어 입장에서는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분이다.
 
사업 정리로 매출구조가 단일화됐다는 점도 이전과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하나투어는 그동안 여행중개를 넘어 호텔에서부터 면세점 등 사업 다각화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왔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지난 2019년 기준 매출(연결)에 기여하는 비중이 16.4%에 달할 만큼 포션이 컸다. 향후 영업 정상화 시 하나투어 외연 확대에 상당 부분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단순히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기 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그에 맞는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자 한다"라며 "소그룹 형태 기획 등 안전한 맞춤형 상품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단순히 박리다매 패키지 형태에서 이제는 고객 스스로 옵션을 조정하는 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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