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하나금융지주와 격차 3335억원…비은행 부문서 뒤져
포트폴리오 다각화한 농협금융 추격도 심상치 않아
공개 2021-07-29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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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3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와의 간극 좁히기에 성공했지만, 비은행 계열사가 부재한 탓에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출처/우리금융지주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호실적에도 웃지 못했다. 3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086790)와의 간극 좁히기에 성공했지만,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부재한 탓에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굵직한 비은행 계열사를 둔 NH농협금융지주의 추격도 거세 4위 자리 지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지분 연결기준 1조4197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했다. 업계 3위 하나금융과의 격차를 줄인 점도 성과다. 하나은행은 1조7532억원을 달성했다. 양사는 지난해 상반기 각각 7740억원, 1조3460억원을 기록하며 5720억원 차이가 났지만, 이번에는 3335억원으로 간격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주 당기순익에서 90.1%를 담당하는 주력 계열사 우리은행이 힘을 낸 것이 주효했다. 올해 상반기 1조279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6779억원 대비 88.7%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1조2530억원, 1조630억원을 기록하며 17.9% 올라선 것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은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여타 금융지주가 비은행 계열사 덕분에 매출 극대화 효과를 거뒀지만,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해서다.
 
우리카드는 올해 상반기 1214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797억원 대비 52.3% 성장했지만, 동기간 하나금융투자는 2760억원, 1725억원으로 60%, 하나카드가 1422억원, 653억원을 시현하며 117.8% 도약했다. 자산신탁 부문에서도 하나자산신탁이 우리자산신탁보다 실적 개선 폭이 컸다. 우리금융은 증권 계열사가 부재한 처지다.
 
일각에선 농협금융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격차가 크지 않을뿐더러 농업지원사업비를 제하지 않으면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선다는 이유를 들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해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1조2819억원의 당기순익을 나타내면서 우리금융에 1378억원 차이로 뒤졌다. 하지만 농협지원사업비를 빼지 않으면 농협금융은 1조4376억원을 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에 179억원 앞선 수치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농업지원사업비를 제하고도 9102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우리금융에 1362억원 차이로 승리했다.
 
아울러 농협금융은 당기순익에서 NH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4.2%에 불과하다. 여타 금융지주가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금융 입장에선 위협적인 부분이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005940)은 2435억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1207억원 대비 49.6%, 같은 기간 NH농협생명은 982억원, 404억원으로 143.1% 뛰어올랐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4대 금융 지위를 되찾았지만, 한동안 농협금융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익은 우리금융이 1조1408억원, 농협금융이 1조4608억원으로 3200억원 격차가 났으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은 각각 1조3073억원, 1조7359억원으로 4286억원 차이를 보였다. 올해 1분기에는 우리금융이 6671억원, 농협금융이 6044억원으로 순위가 뒤집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캐피탈(033660)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익 증대에 기여했다”라며 “비은행 계열사들이 우수한 실적을 거뒀지만, 증권사 부재 영향으로 비은행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인수를 우선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 21일 컨퍼런스콜에서 증권 부문 인수·합병(M&A)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보통주 자본비율이 11% 초반으로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자본비율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증권 계열사 설립 관련 시나리오를 논의해왔다. 국내 유일한 종금사인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010050))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시나리오, 우리종금이 증권사와 종금사를 모두 운용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놨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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