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재협상…현산 vs 채권단 '샅바싸움' 시동
대면 vs 서면, 협상 방식부터 기싸움
산은·현산, 상대방에게 구체적 제안을 먼저하라 요구
공개 2020-06-11 1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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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하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재협상 요구를 수락하면서 기존 인수조건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채권단과 HDC현산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채권단은 현산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등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로 텅빈 김포공항. 출처/뉴시스
 
10일 산은·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HDC현산의 재협상 요구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라고 밝혔다. 
 
채권단이 재협상을 수용함에 따라 협상은 사실상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협상 과정은 지난번 보다 더욱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27일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관련 주식매매계약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2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다.
 
지난해 계약 당시에도 합의에 이르는 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낡은 항공기, 아시아나항공의 구주가격,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에 대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그게 감소한 일본 관광객. 출처/뉴시스
 
여기에 코로나19가 변수로 더해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 68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9년 순손실까지 고려하면 8000억원 이상 확대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부채는 4조 5000억원 증가되며, 2020년 1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만6872%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을 감사한 삼일회계법인은 "연결회사의 연결재무제표는 자산과 부채가 정상적인 사업활동과정을 통하여 장부가액으로 회수되거나 상환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회계처리됐지만, 향후 환율 및 유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 M&A(인수·합병) 최종결과 등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인수 협상 당시와 상황이 크게 바뀐 셈이다. 그렇기에 9일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조건 재협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채권단은 이날 수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한 가시밭길이 전망된다. 코로나19여파가 상당하다 보니 구체적인 제안을 '먼저'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양측 모두 보도자료를 통해 소위 '간보기'를 한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맞닿아있다. 
 
HDC현산은 채권단에게 달성하기 힘든 추상적인 요구를 했다. HDC현산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과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인수 의지는 피력했다. HDC현산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위해 노력할 선관주의 의무와 그에 따른 여러 엄격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채권단도 비슷한 반응이다. 재협상 의지를 밝혔고, 협상 상대방이 먼저 제안하기를 요구했다. 심지어 '협상방식'까지도 '협상대상'에 올랐다. 
 
채권단 측은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은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현산 측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M&A전문가는 합의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원점 재검토"라면서 "합의에 이르는 길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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