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MBK파트너스 검찰 이첩 검토…법적 공방 예고사내 연고 부족한 김광일 부회장, 사태의 희생양 우려고려아연 경영권 싸움, 김 부회장 역할에 운명 걸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과 검찰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기 및 부정거래 혐의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김광일 부회장이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MBK의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인수 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 그의 법적 책임 여부가 MBK의 향후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홈플러스 사태로 검찰 수사 본격화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5년 4월17일 기준으로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조사 결과를 검찰에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이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패스트트랙은 금융감독원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위원장 결정을 통해 즉시 검찰에 통보하는 절차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한 정황을 포착, 부정거래 혐의를 조사해왔다. 2025년 2월28일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 직후, MBK가 단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3월4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김광일 부회장, MBK 내부서 ‘희생양’?
금융당국의 패스트트랙과 서울중앙지검 수사 모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앞서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도 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62년생인 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84학번)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24기)을 수료한 뒤,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5년 MBK파트너스에 합류해 현재 한국법인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2021년 감사보고서 기준 한국법인 지분 29.50%를 보유한 최대주주 중 한 명이다.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며, 김 부회장 외에 부재훈 부회장과 윤종하 부회장이 각각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와 투자 사업을 이끈다.
왼쪽부터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부회장, 부재훈 부회장 (사진=MBK파트너스)
부재훈 부회장은 김병주 회장과 같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졸업 후 김병주 회장과 함께 칼라일그룹에서 재직하다 2005년 MBK파트너스를 창립했다. 김병주 회장의 인척으로 알려져 있으며 MBK파트너스에선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맡아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윤종하 부회장도 MBK파트너스 창립멤버다. 김병주 회장과 같은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그 역시 칼라일그룹에서 함께 근무했다.
반면, 김광일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김병주 회장과의 인맥이나 학맥이 부족해 내부 입지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과 홈플러스 사태 전면에 나서 책임 논란에 휘말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광일 부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적 책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병주 회장과의 연고가 비교적 적은 김 부회장이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리 다툼을 볼 때 MBK파트너스는 최대 일부 임원의 법적 책임까지는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각에서는 김광일 부회장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구속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광일 부회장 부재, MBK 전략 '치명타' 예상
사실 김광일 부회장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전략에서 핵심 인물이다. 지난 3월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이사회 19명 중 김 부회장을 포함해 4명을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초 MBK·영풍 연합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을 시작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025년 1월 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04%를 취득,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MBK·영풍 연합은 이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이사회 장악은 실패로 끝났다. 현재는 서울고법에 항고한 상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최소 1년에서 최대 수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광일 부회장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MBK파트너스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MBK·영풍 연합 측 인사들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로, 그의 부재는 경영권 분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김광일 부회장이 법적 소송의 결과로 구치소 수감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 경우 당장 MBK파트너스 측 이사 머릿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영 선진화라는 명분에도 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