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우리금융 정조준에 선제적 인사 조치 단행리테일부터 IB까지, 증권업 인가 지연에 사업 진출 난항그룹 차원 지원 염두에 둔 조직 정비…"차분히 준비할 것"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초대형 투자금융(IB)를 비전으로 내걸며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개점휴업 상태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우리금융그룹을 향해 불어오는 외풍에 인적 쇄신도 마쳤지만 IB는커녕 투자매매업도 새해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고강도 제재 예고 속 '인적쇄신'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20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6개 후보 추천을 완료했다. 이번에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곳은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다.
대표이사 교체에 우리금융그룹은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장 교체에 이어 임기가 도래한 자회사 CEO 6명을 전원 교체함으로써 그룹 전체에 걸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라고 개편 취지를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인사 개편은 금융당국이 예고한 고강도 제재안에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건설업계 전문가 간담회에서 5대 금융지주 검사 결과 발표를 내달로 미룬 이유에 대해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검사와 감독 방향은 여전히 엄정과 무관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심지어 지금보다 더 강한 기조로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답변에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리금융지주(316140)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월28일 이 원장은 "우리은행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이고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투자매매도 불가…사실상 개점휴업
우리금융그룹을 둘러싼 외풍에 가장 큰 피해는 우리투자증권에 돌아갔다. 앞서 우리투자증권은 12월까지 투자금융(IB)에서 리테일 금융을 비롯한 증권업 전반의 조직과 인원을 완비해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자매매업 인가조차 지연되고 있다.
(사진=우리투자증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우리투자증권이 제출한 금융투자업 변경 본인가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월 변경 예비인가를 취득한 뒤 공식 출범 이후 8월에 본인가 신청을 마쳤다.
금융투자업규정 제2-2조에 따르면 예비인가를 우선 취득한 회사가 본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1개월 이내 심사가 완료돼야 한다. 비록 다른 법적 근거에 따라 심사에 포함되지 않는 기간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규정 보다 석달이 지나도록 심사가 지연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이 당초 계획한 연내 증권업 조직 구성 또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구축이 늦어졌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직후 우리금융그룹 플랫폼과 연개한 거래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출범 준비를 앞두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인가 지연으로 개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투자증권 핵심인 IB업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와의 연개 영업을 통한 10년 내 '초대형 IB'로 성장하는 것을 계획했다. 실제 전신인 우리종합금융은 합병 이전인 지난 2월 채권자본시장(DCM)에 등장,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의 200억원 규모 회사채와 6월 우리금융지주의 600억원 규모 회사채 인수를 주관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 인가가 미뤄지면서 우리종합금융의 IB업무 조차 멈춘 상황이다.
우리금융 겨냥한 외풍에 '발목'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의 97.1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우리투자증권 출범 초기 시장에선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의 절대적 지원이 예견됐다. 하지만 우리금융을 겨냥한 외풍이 오히려 우리투자증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그룹 차원에서 지원은 준비 중이다. 지난 12일 완료된 우리금융그룹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우리은행의 IB부문인 CIB그룹에 있던 IB그룹을 독립시켰다. 우리투자증권과의 협업을 염두에 둔 조치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융당국의 인가 지연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모그룹에 대한 당국의 감사와는 별개"라며 "현재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고, 향후 성공적인 증권업 진출을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