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삼킨 에어인천, 인수 후가 더 걱정
오는 7월 중 사업부 매각 계약 체결 전망
허브 앤 스포크 전략으로 우려 해소 기대
인수금융 상황과 안정화 통한 수익 확보 '관건'
공개 2024-06-2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16: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020560) 화물사업부 인수가 가시화되고 있다. 양측은 7월 중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에 대해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에어인천은 동남아 물류허브 운영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에서도 화물운송 운영능력을 갖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인수금융 상환과 수익성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임박'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대한항공(003490)과 에어인천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계약을 체결한다. 대한항공은 계약이 완료되는대로 유럽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을 받을 예정으로 기간은 6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사업 인수는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중심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최대 6000억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예정으로 3000억원은 에퀴티로, 3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인수금융단으론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나서 총 4000억원을, 에어인천의 실소유주나 다름 없는 인화정공과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각각 1000억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 후보자 결정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 2023년 에어인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인천의 현금성 자산은 총 99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수가액은 최소 4500억원에서 5000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에어인천은 보유 현금의 45배에 이르는 회사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매출 규모 차이도 크다. 지난해 기준 에어인천의 매출액은 707억원인 데 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출은 1조607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에 불과해 시장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에어인천이 항공화물의 경험과 역량이 있다지만 그간 단거리 화물 운송을 주로 영위해온 만큼 원거리 운송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는 항공화물 네트워크 확장과 포트폴리오 보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며 "다만 추가적인 원거리 화물기 도입이 가능할지가 관건인데, 재무적 투자자(FI)의 추가 자금 수혈이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익성 확보 전략은 '허브 앤 스포크' 
 
에어인천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기존 운행하던 소형 화물 전용기를 동남아시아에 보낸 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대형 화물기에 옮겨 담는 식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운반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허브 앤 스포크 모델 모식도 (사진=트레드링크)
 
에어인천이 추구하는 항공운송 운영방식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모델이다. 화물을 집하하고 보관하는 중앙 허브를 운영해 최종 목적지(스포크)까지로의 운송을 배분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방식은 미국의 항공물류업체 '페덱스(FedEx)'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허브 운영을 통해 운송비용을 통제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배송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화물을 집하하고 처리할 허브가 필수적이다. 실제 에어인천은 사업부 인수를 위한 4500억~5000억원 이외 나머지 자금을 향후 지상조업 인프라 설치, 화물기 교체 등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전략은 상대적으로 체급이 작은 에어인천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조건에선 정비 격납고와 지상조업 역시 매각 대상에서 빠져 반쪽짜리 딜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항공운송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물류업에선 규모보다 화물을 콘트롤할 수 있는 운영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라며 “에어인천 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포워딩 업체가 항공사와 지상조업사 계약을 따로 맺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만큼 에어인천의 사업운영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동남아에서 허브로 운영될 지역과 인력, 조업사 등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성이 필수적”이라며 “에어인천의 인수 성공 여부는 빠른 시일 내에 준비작업을 마치느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인수금융 상환, 사업 안정화 관건 
 
시장에서는 에어인천의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인수 자체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화물사업부 인수 후다. 에어인천이 해결해야 할 장기 과제는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인수금융 상환이다. 에어인천은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병국 소시어스PE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6년까지 에어인천의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관련 일정을 준비 중이며, 투자은행(IB)업계에서 에어인천의 기업가치를 조단위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에어인천은 사업 안정화와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IPO시장에서 금융당국은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에 대해선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나 상장 승인을 거절하는 등의 기준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운송업은 최근 물동량 증가와 더불어 항공운임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게 한다.
  

(출처=TAC limited)
 
특히 항공운임이 지속해 오르는 추세라 속도감 있는 사업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실제로 홍콩의 물류솔루션 기업 TAC에 따르면 발틱항공운임지수(BAI)는 지난 17일 기준 2144.00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7% 증가한 수치로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 2월26일 1787.00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
 
물동량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내 항공사 11곳이 운송한 국제 화물은 115만443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늘었다.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항공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류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한국발 미주착 운임이 kg당 3000원선에서 1만원 이상으로 폭등했다”라며 “하지만 본래 운임은 매우 유동적이라 지금의 호황기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빠른 사업 준비와 실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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