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분사해 자금 조달 및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지난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게임사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에서는 각 게임사들의 관계사 정리 현황과 그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 및 사업 전망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엔엑스씨(NXC)가 펫푸드·유아용품 일부 자회사를 정리한 가운데 보다 효과적인 경영 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자회사인 넥슨의 호조 덕분에 실적은 개선됐지만, 보유 현금은 감소한 상황에서 당분간 지분 투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30주년 (사진=넥슨)
펫푸드·유아용품·블록체인 등 경영 효율화 나서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XC는 지난해 매출 4조8472억원을 기록해 4조4174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9.7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조2300억원을 기록해 전년 9770억원보다 25.89% 성장했다.
엔엑스씨(NXC)는 넥슨 지분 48.66%를 보유하고 있는 넥슨의 지배기업이다. 지난해 넥슨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덩달아 실적 호조 효과를 누렸으나, 연결당기순이익은 지난 2022년 7680억원에서 2023년 7302억원으로 4.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법인세가 3893억원에서 5334억원으로 증가한 탓이다.
전체 실적은 좋지만 비게임 사업 분야는 2022년 984억원, 2023년 584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NXC는 펫푸드 관련 기업과 유아용품 관련 기업을 매각하거나 흡수 합병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회사 측은 매각 건에 따라 인원 감원이나 구조조정은 특별히 없었다고 설명했다.
NXC는 펫푸드 사업에서 아예 철수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NXC는 미국 애완용 동물·관련용품 소매업체인 화이트브릿지 펫 브랜드(Whitebridge Pet Brands)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화이트브릿지는 하위 기업만 10여개 정도가 되는데 이 중 일부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고급 사료업체 피에몬테 펫 프로덕트(PIEMONTE PET PRODUCTS)를 비롯해 카디널 레보레토리(Cardinal Laboratories), 아서 독스웰(Athur Dogswell) 등 지분을 전량 털어냈다. 인수 시기는 모두 2020~2021년 경으로 3~4년 만에 적자 그룹을 정리한 셈이다.
유아용품 분야도 노르웨이 유아용품 제조기업 스토케(STOKKE AS)를 필두로 일부 회사를 흡수 합병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NXC 자회사 NXMH AS는 스토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스토케 역시 20개 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흡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줄였다. 노르웨이 제조사 젯키즈(JETKIDS)는 스토케 본사와 합병됐고, 독일 계열사 라이마스(LIMAS)는 스토케 독일 법인에 합병됐고 덴마크 계열사 에보무브(EVOMOVE)는 역시 독일 법인에 흡수 합병됐다. 이외에도 프랑스 제조사 베이비젠(Babyzen)은 베이비젠 S.AS.와 합병됐고, 베이비젠 중국 법인은 스토케 중국 법인에 합병됐다.
아울러 추가 매각 예상 건으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이 거론됐으나 NXC는 코빗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지속됐다. 하지만 NXC는 현재 보유한 코빗 지분 61.85% 매각을 검토 중인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NXC는 지난 2019년 인수한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와 관계사도 지속 보유하고 있다.
이는 NXC의 대표 자회사인 넥슨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넥슨은 아랍에미리트 소재 넥스페이스(NEXPACE), 넥슨 유니버스, 넥슨 블록 싱가폴 등을 설립했다. 넥스페이스는 크리에이터 아이디어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콘텐츠·게임 사업을 맡고 있다. 넥슨유니버스 글로벌은 넥슨유니버스의 활동을 지원하고 Web3 사업·투자를 주관하는 법인이다.
넥슨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넥슨 블록 싱가폴 법인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설립한 넥슨 유니버스 글로벌로 기능을 이관했다”라며 “블록체인 관련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해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흑자 전환했지만 지분 투자보다 예치금 활성화
NXC가 실적 호조와 영업활동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투자활동이 늘어나면서 현금성자산은 지난 3년간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이에 NXC는 당분간 기업 지분 투자보다는 금융상품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금융기관예치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NXC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1년 6조원대에서 2022년 5조2630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 3조4674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실적 호조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570억원에서 91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투자활동현금흐름 적자는 2534억원에서 2조1955억원으로 급증한 것이 주요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 적자가 9배 가량 늘어난 것은 금융기관예치금이 2022년 2조1535억원에서 2023년 5조2999억원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의 처분은 2022년 944억원에서 2023년 147억원으로 늘었다. 앞서 기업 투자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만큼, 지분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예치금 확충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엔엑스씨(NXC)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NXC가 펫푸드나 유아용품 자회사들을 매각한것은 비게임 사업을 축소한다기 보다 그 분야에서 덩치가 큰 회사들을 남겨 놓고 정리를 한 거라서 기업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정돈하는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라며 “예치금이 증가한 것은 공시된 것 외에 제공할 정보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