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지주 신탁사)②신한자산신탁, '미이행' 리스크 확대…실적 악화 우려
지난해 말 기준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 사업 133건 진행 중
대손충당금 반영 최소화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695억원
혼합형토지신탁 확대로 차입 소요 증가…책준신탁 소송 리스크 겹쳐
공개 2024-04-1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0: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경영 위기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시장 냉기가 확산되면서 '중위험·중수익' 방식 사업인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 사업을 진행했지만, 손실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업계가 책임준공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동산신탁사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KB와 신한, 우리자산신탁 등 금융지주 산하 부동산신탁사는 ‘부실 후보’에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들 부동산신탁사들의 재무 위험도를 톺아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신한자산신탁이 지난해 국내 신탁사 중 상위권 수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잠재적 부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실을 선반영하지 않으며 준수한 영업실적은 유지했지만, 올해 리스크 관리 여부에 따라 큰 폭의 실적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상위권 영업실적에도…‘잠재 리스크’ 산적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489억원, 영업이익 695억원, 당기순이익 5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소폭 감소했지만, 신탁업계 상위권의 실적을 유지했다. 실제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신한자산신탁은 하나자산신탁(영업이익 1064억원)과 한국자산신탁(1046억원) 다음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대손 비용을 예년 대비 대폭 확대하지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 사업을 다수 진행하며 신한자산신탁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보유한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매출채권의 30.1%에 해당하는 159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바 있다. 반면, 신한자산신탁은 2022년 20.0%였던 115억원에서 2023년 9.9%인 208억원으로 오히려 대손충당금 설정 비중이 감소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33건의 책준신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책준신탁 사업에 투입된 금융기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액은 5조5676억원에 달한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는 책준신탁 사업의 특성상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 미이행은 신한자산신탁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말 현재 경기 안산시 시화MTV 반달섬 9-1 등 총 56건의 토지신탁사업의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가 미이행 된 것으로 확인됐다. 56개 사업에 대한 PF 대출액은 1조5202억원이다. 또한 같은 시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멀티플렉스 신축사업 등 총 8건의 사업에 대한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 기한이 지켜지지 않았다. PF 대출액 규모는 3040억원이다.
 
 
 
여기에 기수주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해배상 소송액 등이 대손비용보다 훨씬 큰 규모여서 이 같은 부실이 현실화한다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 책준신탁 사업의 ‘미이행 리스크’는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보고기간 종료일 이후 인천 서구 원창동 물류센터 사업과 관련해 PF 대주단이 시행사와 시공사,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약 575억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신한자산신탁이 지난해 말 설정한 소송충당부채는 77억원에 불과하다. 소송충당부채와 미사용약정충당부채(184억원)를 포함한 충당부채 총액은 285억원이다. 인천 물류센터 사업 한 건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총 충당부채 규모보다 큰 셈이다. 이에 대해 신한자산신탁 측은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한 해당 소송의 실제 손해액과 손해배상 범위를 신뢰성있게 측정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 이러한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다. 소송 패소시 판결원리금이 신탁계정에서 지급되거나 신탁관계인에게 구상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혼합형신탁 수익률 극대화 전략...책준신탁 리스크관리 '관건'
  
신한자산신탁은 신한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해 자회사인 신한자산신탁에 자금 지원을 단행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총 2000억원을 차입했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월 말 총 21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중 500억원에 대한 사용 목적을 ‘자회사 자금지원’으로 밝힌 바 있다. 신한자산신탁은 지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2000억원 중 1000억원을 책준신탁 사업에, 1000억원을 신탁사가 일부 대출을 지원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인 혼합형 토지신탁 사업에 각각 투입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혼합형 토지신탁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함에 따라 신탁계정대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신탁계정대는 신탁계정에 대여한 자금을 의미한다. 자금 대여 대가로 받은 이자수익을 신탁계정대이자로 수익에 반영한다. 지난 2022년 574억원이던 신탁계정대는 지난해 2095억원으로 1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혼합형 토지신탁 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 소요로 신한금융지주의 지원도 단행된 가운데 책준신탁 사업장들에서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손실까지 터져나올 경우 신한자산신탁의 올해 영업실적은 전년 대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책준신탁 사업장들에 대한 모니터링 전략을 면밀히 수립해 시행사, 시공사들의 책임준공 확약 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책준신탁 사업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우량 혼합형 토지신탁 사업장 신규 수주에 총력을 다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추가 자금 지원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금 필요시 효율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주와 계열사 등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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