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상고심서 원고 승소 판결 확정…남양의 경영권 한앤코로매입가 3107억원 고평가 논란 속 바이아웃 전략 이번에도 통할까제도 개선 통해 경영 정상화 이룰 것…인력 감축설엔 선 그어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남양유업 오너일가 간 2021년부터 이어진 지루한 법정 분쟁의 마침표가 찍혔다. 대법원은 4일 한앤코가 제기한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한앤코는 오너리스크에 휩싸인 남양유업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천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불신과 불매운동의 여파로 남양유업은 2020년 매출 1조원대가 깨졌고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이 기간 누적 손실액은 1900억원에 달한다.
대법원 3년여 분쟁 종결 한앤코에 손들어줘
법무법인 화우 김유범 변호사(원고 측 대리)가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남양유업-한앤코 주식인도 소송 상고심 원고 승소 판결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대법원은 사모투자 전문회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남영유업의 대주주인 홍원식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장장 만 3년여를 끌어온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앞서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자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결국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생산시설인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2개월 처분과 함께 주가 조작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까지 진행하게 됐다
사회적 지탄이 이어졌고 문제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홍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매수자인 한앤코가 계약 위반을 했다는 주장을 하며 홍 회장은 돌연 주식매매계약(SPA) 해지를 통보하며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한앤코는 이날 성명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라며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매입가 그래도 인수하는 이유
(사진=한앤컴퍼니)
2021년 한앤코와 홍 회장이 매각 계약을 체결할 당시 거래 가격은 주당 82만원이었다. 계약 체결 보도가 나온 2021년 5월27일 종가인 43만9000의 두 배 가까운 가격으로 매각 당시 시장에선 매우 파격적 제안으로 평가됐다.
통상 제조업의 M&A 경우 기업가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8~10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이번 딜에선 남양유업의 2019년 상각전영업이익인 530억원의 4배 수준만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남양유업의 상각전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한앤코 입장에서도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앞서 한앤코는 2013년 웅진식품(2019년 매각) 인수와 , 쌍용C&E(현재 자본재조정중), 2019년 SK에코프라임(2023 매각)의 딜에서 인수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하는 전략을 취하는 바이아웃 전략을 취해왔다.
남양유업의 경우에서도 남양유업 오너 일가 구성원의 사회적 일탈과 물의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남양유업이 가진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홍 회장의 갑작스러운 매각 철회로 뜻하지 않은 시간적, 금전적 비용 부담이 발생했고 이에 일각에선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온 한앤코가 이번 남양유업 투자에선 실패한 딜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자산건전성, 보유 자산 현황을 살펴보면 법적 분쟁을 감수해서라도 인수를 해야 하는 이유에 수긍이 간다. 남양유업 갑질 사태 발발 이후 남양유업을 커버하는 증권사가 없고 창사 이래 무차입 경영을 이어와 신용평가사의 재무분석도 없지만 재무제표 상 나와있는 자료만으로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는 계약 매각가인 3107억원 보다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의 자산규모는 89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부채 비율은 1821억원에 불과해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20.3%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7253억원으로 매각 계약 체결 당시 8685억원보다 16.5%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각 계약가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됐다.
단순한 논리로 따져도 3000억원 내외의 인수가로 1조원 가까이되는 자산의 운영권을 쥐게 되는 것으로 오너 리스크를 벗고 남양유업이 가진 기업 역량을 확대해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엑스트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연속 적자에 이은 자회사 부진 이겨낼 수 있을까
오랜 법적 분쟁에서 승리한 한앤코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고 이제 시작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3년 촉발된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태로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는 현저하게 추락했고 그로 인한 매출감소와 비용 부담이 발생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은 누적 영업손실은 2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53.6% 축소된 수치이나 큰 반전이 없는 한 최근 3년 연속 적자에 이어 2023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남양유업은 유제품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상회했지만 2023년부터 이어진 불매운동의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의 감소세를 이어왔다. 남양유업의 △2020년 매출액은 9489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기 시작했고 같은 해 영업손실도 771억원을 냈다. 이어지는 △2021년도 매출액 9561억원, 영업손실 779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고 △2022년엔 매출액 9646억원, 영업손실 868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워갔다.
남양유업이란 좋지 못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파하기 위한 신규 사업 자회사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남양유업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육성 중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 건강한사람들(구 남양에프앤비)은 4년째 적자 수렁에 빠졌다.
건강한사람들은 △2020년 44억원 적자, △2021년엔 37억원 △2022년 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 동안 남양유업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현물출자 형식으로 2018년 270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435억원, 2020년 40억원, 2021년 435억원을 투입했지만 이렇다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한앤코는 운영 제도적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손에 피를 묻히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엔 2021년 계약 내용대로 고용을 보장한다고 밝혀 선을 그었다.
한앤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앤코가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 일정은 확정되는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1년 계약 체결 시 밝혔던 임직원 고용승계 방침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