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실적에 힘입어 순이익 압도적 1위…실적 상승세 지속중국 안방보험 이어 브룩필드자산운용과도 계약금 반환 소송전 진행거래 무산 책임과 별개로 시장 평판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자산운용업계가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 증시 부진에 따른 자금 유출 등으로 운용자금이 줄고 이익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운용사들은 생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운용사들의 주요 현안과제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해외법인 수익에 힘입어 발군의 실적을 뽐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대표적 자산운용사로 해외 대체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는 연이어 거래가 불발되고 소송전까지 이어지며 평판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점은 옥에 티로 꼽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별도기준 454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14% 증가한 수치다. 2위인 이지스자산운용(1295억원), 3위 삼성자산운용(756억원)과 비교해 순이익 격차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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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지난해 금리상승 등 업황둔화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이익 규모는 2019년 1310억원, 2020년 2474억원, 2021년 3965억원, 2022년 4546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우수한 수익성은 해외법인의 호실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인도법인의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고 Global X, Horizons ETFs 등 해외 ETF 운용사들이 호조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법인의 누적순이익은 747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연결기준)의 30%에 이르는 수준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른 국내 운용사들과 달리 해외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 운용법인을 홍콩에 설립했고 20년이 지난 현재 인도, 미국, 베트남 등 12개 지역에 15개의 해외법인 및 사무소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해외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뿐 아니라 대체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4년 업계 최초로 사모펀드 및 부동산 펀드를 출시해 대체투자 시장을 개척했다. 2007년에 국내 최초의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를 설립했고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해외 인프라 펀드를 설정하는 등 해외 대체투자도 본격화했다. 이후 2019년 독일 퀼른 시청사 매각을 통해 약 1600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2006년 매입한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 가치는 4배 이상 뛰는 등 투자성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부 대규모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연이어 잡음이 일면서 거래를 종결짓지 못했고 소송전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에 시장 평판에 영향이 불가피했던 만큼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5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브룩필드자산운용에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납부하면서 협상에 나섰다. 거래대금은 4조1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오피스 거래 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관투자자 모집, 대출, 리츠 등을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8월 국토교통부는 IFC 매입을 위해 설립한 리츠가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영업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추가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고 이후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AIC) 제소를 결정했다. 우선협상기간 내 리츠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금 반환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에도 중국 안방보험과 미국 15개 호텔을 58억 달러(6조4000억원)에 통째로 매입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약 6500억원을 지급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체결한 대체투자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보험이 소유권 분쟁사항을 숨기는 등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안방보험이 이에 반발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최종 승소판결을 받았고 계약금과 소송 제반비용을 모두 돌려받게 됐다.
IFC와 미국 호텔 인수계약 모두 거래 규모가 수조원 단위인 이른바 ‘메가딜’이었다. 부동산이나 기업 등을 인수하기 위한 입찰 과정에서는 거래 규모가 클수록 입찰가격뿐 아니라 거래 완결성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IFC 입찰 과정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이행보증금 납부를 제시하면서 자금조달 안정성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이은 거래 실패로 대형 딜을 트랙레코드에 추가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또 이들 모두 계약금 반환 소송까지 벌이게 된 점은 책임여부와 별개로 거래 완결성에 대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방보험과의 소송은 승소했지만 브룩필드자산운용 거래무산 책임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치열한 법적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큰 대형 딜을 추진할 국내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 딱히 없는 만큼 입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소송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향후 입찰 등에 나설 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글로벌 부동산투자 플랫폼으로 국내외 부동산에 가장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라며 "국내외 부동산 전문가들이 긴밀한 팀워크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입·관리·개발·매각 등 단계별 상황에 맞춰 전략적 투자 판단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투자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우량자산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