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임이냐 임기만료냐…심판대 선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
2010년부터 DB금융투자 이끌어…증권업계 대표적 장수 CEO로 꼽혀
DB그룹 내 신뢰도 두터워…올해 실적 부진과 신라젠 사태는 부담요인
공개 2022-12-16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6: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업계 대표적 장수 CEO(최고경영자)인 고 부회장은 12년 넘게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DB금융투자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만큼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해 증권업황 둔화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데다 신라젠 사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연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 부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25일 만료된다.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 부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고 부회장은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증권업계 대표적 장수 CEO로 꼽힌다. 대표 교체가 빈번한 증권업계에서 드문 사례다. 고 부회장은 2010년 5월, 최 부회장은 2010년 2월에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DB금융투자 본사.(사진=DB금융투자)
 
오랜 기간 대표직을 유지하며 그룹 내 신뢰도 두텁다는 평가다. 동부증권 시절 대표이사에 올라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무려 6번의 연임에 성공했고 내년 초 연임이 확정되면 7번째 연임이다.
 
DB금융투자의 연간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3년 –83억원, 2014년 163억원, 2015년 –85억원, 2016년 64억원, 2017년 153억원, 2018년 631억원, 2019년 583억원을 기록하면서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20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2019년 연간 순이익이 역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6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룹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또 2020년 7월에는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계열사 대표이사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2020년 9월 인사에서 DB생명, DB저축은행, DB캐피탈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하지만 고 부회장은 2020년 1068억원, 2021년 1268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내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WM부문 수익이 확대됐고 IB, PF 등 모든 사업부문이 성장하면서 균형잡힌 사업모델과 안정적 이익창출력을 보였다. 올해 7월에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DB그룹 핵심 계열사인 D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점도 고 부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김 부회장은 고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2010년부터 오랜 기간 D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데 지난해 5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DB금융투자의 실적이 저조한 점은 고 부회장에게 부담요인이다. DB금융투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68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1% 감소한 것이다.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증권업황 둔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분기에는 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에는 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95% 급감한 수치다.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한숨 돌렸지만 실적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실적과 대비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DB손해보험은 올해 3분기에 전년 대비 15.7% 증가한 25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817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DB하이텍은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그룹 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신라젠(215600) 사태로 법적 분쟁에 휘말린 점도 고 회장에게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 앞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로부터 자금을 빌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 이후 신라젠에 들어온 자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에 상환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경영진의 배임 혐의로 약 2년 5개월간 주식거래가 정지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받았다.
 
이에 신라젠 주주들은 신라젠 상장주관사를 맡았던 DB금융투자가 신라젠 경영진의 횡령·배임 행위에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들은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고 부회장까지 고발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DB금융투자 전·현직 임원들을 신라젠 BW 가장납입을 설계한 혐의로 기소했고 최근 1심 법원은 이들에게 3~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DB금융투자 법인도 벌금을 선고받았다.
 
DB금융투자 전·현직 임원들은 신라젠 경영진에게 금융자문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항소에 나섰다. 이에 아직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책임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고 있지만 1심 법원이 DB금융투자가 BW 발행에 깊게 관여했다고 판단한 만큼 고 부회장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라젠 관련 사항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볼 것이다"라며 "증권업황이 어렵지만 균형잡힌 수익모델을 이루고 실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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