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지배구조 ‘낙제점’ 오명…ESG 시늉만 하나
오는 14일 임시주주총회…감사위원 해임 안건 논의
ESG 등급 최하 수준…지배구조 부문 'D등급'
소액주주연대, 감사위원 선임 제안할 예정…경영 감시
공개 2021-09-09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09: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출처/사조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사조산업(007160)이 시대적 흐름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는 대비되는 지배구조(Governance) 행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편법 승계와 관련한 비판이 짙은 데다, 오너가가 부당이득을 탈취하려 하면서 회사 주인인 주주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대표이사 사임을 요구하는 등 오너일가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4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감사위원 해임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사조산업 오너일가가 편법승계를 통해 부당이득을 탈취했고, 감사위원은 이를 저지하지 못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3세 편법상속 의혹에 부당이득 논란까지
 
사조그룹은 40개 이상 사업체를 거느리는 대규모 그룹집단이다. 회사 자산총액 규모로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사조대림(003960)(1조1689억원), 사조산업(1조1029억원), 사조동아원(4591억원) 등으로 사조대림과 사조산업이 덩치가 가장 크다. 실제 사조산업은 사조해표,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등 연결회사 13개를 거느리며 그룹 핵심에 속한다. 그런데 예상외로 사조그룹 내 지주격 회사는 다름 아닌 사조시스템즈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1803억원, 매출 161억원에 그치는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소규모 업체인데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로 지분 26.12%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지분을 갖는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한 뒤, 주 회장으로부터 사조산업 지분을 일정 부분 사들이는 등의 과정을 통해 25%가 넘는 사조산업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사조시스템즈를 논할 때 가장 크게 논란되는 부분은 '편법 승계'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17.9%, 주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이 39.7%에 달하는 지분을 갖는다. 사조산업은 그룹 중심에서 사조해표,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등 연결회사 13개를 거느린다. 이를 종합해보면 주 부사장→ 사조시스템즈→ 사조계열로 내려오는 지배형태가 완성된다. 주 부사장의 사조산업 지분은 6.8%에 그치지만,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실상 그룹 핵심인 사조산업을 손에 쥐었다.
 
설상가상 사조산업은 오너가가 부당이득을 탈취하려 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주 부사장이 최대 지분을 갖는 사조시스템즈를 보면 지난해 관계기업(사조산업·사조대림 등) 및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관련 매출은 85억원, 2019년에는 9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161억, 16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각각 매출의 53%, 59%를 내부거래로 올린 것이다.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사조시스템즈는 지난 2009년 말 기준 자산 182억원 규모에서 약 10년만에 자산 규모가 10배로 늘어날 수 있었다.
 
올해 초 골프장 합병 무산 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올해 초 사조산업은 종속회사(지분 99.5%)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시도했다. 캐슬렉스제주는 주지홍 부사장이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 지분을 갖는 형태로 사실상 주 부사장의 개인 회사로 불렸다. 사조 측은 합병으로 비용 절감 및 시너지를 이루겠다는 목표였지만 문제는 캐슬렉스제주의 재정상태였다. 지난해 말 기준 캐슬렉스 제주는 자본금 10억원을 다 까먹고 자본총계가 –205억원으로 자본잠식상태였다. 제주는 2016년부터 내내 당기순손실을 이어올 만큼 수익성도 안 좋았는데, 이 때문에 주 부사장이 개인회사 손실을 사조산업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눈초리가 쏟아졌다.
 
아울러 기존 주 부사장은 캐슬렉스서울 지분이 전무했다. 다만 합병으로 신주 42만주(1:4.499) 이상이 발행되면서 기존 제주 및 사조시스템즈 지분 비율에 따라 주 부사장이 20%를 상회하는 캐슬렉스서울 지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부당이득을 취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사조산업 공시에 따르면 캐슬렉스서울 자산은 1263억원이지만, 이는 10년 넘게 공정자산 평가를 받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시세차익만 수 십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황금알 사업장이다. 주주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발이 쏟아지자 사조산업은 합병 결정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
 
ESG 중심축인 지배구조(Governance)…사조산업 투명경영 현황은 '최하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조산업 ESG 종합등급은 ‘D’다. 이들은 사회 부문에서 C등급,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각각 최하위인 D등급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등급은 'S', 'A+', 'A', 'B+', 'B', 'C', 'D'까지 총 7등급으로 나뉜다.
 
사조산업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은 총 8명이다. ESG 지배구조 평가에서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좋다. 공정한 지배구조를 구현하고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려면 사외이사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조산업 사외이사(감사위원 3명) 비율은 약 37% 수준이다. 이는 동종업종을 전개하는 동원산업과 신라교역보다는 높다. 반면 감사위원 적정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조산업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3인은 사조산업 대표이사 및 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사조그룹에서 근무한 이력이 거의 전부인 위원들이다. 독립성이 부족하다 보니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영진의 부정행위 등을 견제하는 감사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오너리스크 및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로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투명한 경영 및 상호 견제를 위해 이들이 직접 제안한 감사위원을 선임할 것을 주장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직접 감사에 참여해 경영을 감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IB토마토>에 “사조산업은 ESG경영 시늉만 하고 있다”라면서 “(이사회에 참여하면) 회계문서 등 다양한 회사자료를 볼 수 있기에 이사회운영을 투명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재산에 피해를 주는 불법적인 지시를 막고, 회사재산 빼돌리는 의사 결정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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