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패션 수익성 ‘와르르’…적자 탈출 묘수 통할까
패션부문 수익성 하락…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파이도 감소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 확대…글로벌 영업 강화
해외 신공장 설립하며 수출 물량확대…차입부담 상존
공개 2021-08-09 09:4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4: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신원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의류 OEM 사업과 패션유통을 전개하는 50여 년 역사의 중견패션 그룹 신원(009270)이 수년째 실적 침체에 빠져있다. 유행이 변하면서 오프라인 경쟁력이 약해지고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파워도 부족해 패션부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원은 해외 사업 및 캐주얼라인 확대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투자여력에 다소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갈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원은 창립 48주년인 올해를 '퀀텀 점프' 원년으로 선포했다. 스트리트 브랜드 마크엠 확대와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 등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내딛겠다는 목표다. 지난 1973년 신원통상으로 출범한 신원은 수출과 패션부문 사업을 전개하며 연매출 6000억대를 올리는 중견 패션기업이다. 수출 부문은 중남미 과테말라 등 5개 계열사를 통해 제품에 대한 오더를 수주받아 니트와 스웨터 등을 생산˙수출한다. 패션부문은 20년 역사를 가진 여성의류 베스띠벨리를 비롯해 씨, 비키, 남성복 지이크, 지이크파렌하이트 등 브랜드를 보유한다.
 
신원은 오랜 업력을 뒤로한 채 지난 2016년부터(2019년 제외) 지난해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침체기에 빠져있다. 신원의 업황 위기에는 패션부문 침체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패션부문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내내 적자를 이어오며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오프라인 업황이 온라인에 밀리는 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에슬레저룩이나 원마일웨어, 캐주얼 스트리트 등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라인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짐에 따라, 정통 남성·여성복에 강점을 가지는 신원의 브랜드 경쟁력이 과거와 비교해 저하됐기 때문이다. 실제 신원의 수출과 패션부문 매출 비중은 2017년만 해도 6:4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8:2로 패션 파이가 쪼그라들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패션유통망 개수도 2017년 말 763개 정점으로 지난해 457개로 크게 줄었다.
 
 
 
신원은 젊은층 공략을 위해 기존 포멀라인에 쏠려있는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신원은 향후 3년간 1200억원 가량의 마크엠 제품을 더 에스엔에스 글로벌(The S&S Global)과 협업해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온오프라인 면세점에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3개점으로 축소하는 대신 온라인 비중을 키우고 글로벌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엔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최초로 중국 하이난성의 면세점에 입점을 확정 지었다. 다만 아직 마크엠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미미한 데다 인지도가 떨어져 단기간 내 브랜드력 강화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실제 신원은 지난해 마크엠 브랜드 유무형자산·사용권 손상차손으로 6억7000만원을 인식한 바 있다. 손상차손은 통상 기대수익이 감소할 때 적용하는 계정으로 자산 상각을 통해 회계에 반영하는 것에 미루어 볼 때 지난해 브랜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희망을 걸어볼 부분은 수출부문이다. 2019년 수주확대를 기점으로 탄력받은 의류 수출(제작)부문은 패션부문 적자를 메꾸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원은 주문을 받아 단순 수탁납품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넘어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설계생산)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이는 신원이 보유한 R&D팀과 디자인팀의 개발력을 살려 바이어에게 컨셉에 맞는 디자인을 직접 제시하고 생산까지 제공하는 한 차원 발전된 서비스로 시장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신원은 수출물량 확대를 위해 니카라과 및 인도네시아에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우선 가시적으로 인도네시아 2개 지역에 대규모 1·2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60개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간다. 이어 150개 이상의 생산 라인을 추가하며 의류제작 캐파를 늘릴 계획이다.
 
P.T. Shinwon Ebenezer 신원 인도네시아 1법인.  출처/신원
 
다만 재정상태가 좋지 못해 투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신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39억원이다. 신원의 EBITDA(에비타)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283억원 규모에서 지난해는 95억원으로 3분의1 토막났다. 수익성 악화로 현금 창출능력이 떨어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18년 50억원→ 301억원→ 21억원으로 줄었고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도 6억원→ 223억원→ 지난해 –22억원 마이너스 기조 돌아섰다. 결국 신원은 지난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5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신원은 저금리 기조로 업계가 0~1%대 이자율에 CB를 발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표면이자율 2%, 만기이자율 3% 등의 조건을 내걸며 자금 확충에 열을 올렸다.
 
신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도네시아 투자는 단기간의 무리한 투자가 아닌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인 투자로 계획되어 있다”라면서 “1차로 금년도에는 토지매입을 우선 진행할 예정이고 그 이후 시점부터 토목공사, 건축을 비롯해 기계, 설비 구입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확대로 인한 차입 부담도 문제다. 지난해 신원의 이자보상배율은 0.07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재무상태로, '한계기업'으로 불린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41억원을 올리며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금융비용으로 쓰인 돈만 12억원에 달해 금융부담이 상당한 상태다. 결국 신원이 퀀텀 점프를 이루기 위해서는 업황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이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이유다.
 
신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1분기 신원 수출부문에서만 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패션 부문도 적자 폭을 줄여가는 상황”이라면서 “현금흐름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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