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빚더미에 영업정지까지…금 간 재무건전성
1조9550억원 영업정지…작년 매출의 50% 규모
영업정지 영향 제한적이라지만…차입금 높고 건설 경기 악화에 재무안정성 우려
공개 2021-08-06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19:0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코오롱글로벌(003070)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심각한 실적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적신호가 켜진 부채비율과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까지 몰린 재무건전성은 영업정지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9일, 토목건축공사업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영업정지기간은 판결문 송달 후 3개월로, 8월2일부터 오는 11월1일까지다. 예상 영업정지 금액은 약 1조9550억원이다. 
 
 
이번 영업정지 처분의 사유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이다. 지난 2015년 9월 금강광역상수도 노후관 갱생공사에서 발생한 사고가 원인인데, 당시 충남 논산~전북 군산 구간 현장에서 50대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해당 사고에 대해 경기도는 지난 2018년 7월 코오롱글로벌에 토목건축공사업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코오롱글로벌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본안소송(행정처분 취소소송) 등으로 대응해, 1심에서는 승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패소했고 지난 29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결국 경기도 측의 영업정지 처분이 인용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고,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둔 터라 승소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업정지 금액 규모는 지난해 매출액의 49.77%에 달한다. 기업정보분석 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코오롱글로벌 건축·토목·플랜트 등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52.6%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부문 매출액 중 영업정지 대상 사업부문인 주택/건축 부문이 78.5%·토목이 14.4%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매출 성장에 어느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이번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공시에 적은 영업정직 금액이 실제 손실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주잔고도 상반기에만 2조원, 올해 누적으로는 9조원 이상이어서 영업정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공시에 따르면 정지 처분 전 도급계약체결 건과 관계 법령의 허가·인가 등을 받아 착공한 공사의 경우 계속 시공할 수 있다. 토목, 건축사업을 제외한 건설사업과 자동차 판매업 등의 영업활동도 가능하다.
 
코오롱글로벌의 실제 1분기 기준 수주잔고 역시 9조5321억원으로, 지난해 건설 부문 매출의 4.7배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2조674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재무건전성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93%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3%가량 상승했다. 통상 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본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같은 기간 1370억원에서 598억원 적자로 143.6% 줄었다. FCF가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코오롱글로벌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다소 열위한 수준”이라며 “최근 5개년 평균 총차입금/EBITDA는 5.3배로 이익창출력 대비 순차입금도 다소 과다하다”라고 분석했다. 총차입금/EBITDA는 현금창출 규모에 비해 차입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를 파악하는 지표로 배율이 클수록 재무안정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건설사·중공업기업 등의 경우 순차입금/EBITDA 기준을 2.5배로 두고 있다.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는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자동차 유통시설 등과 관련된 리스부채의 인식,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 등 자회사의 증가 등으로 재무안정성의 개선 정도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유통시설 관련 리스부채는 지난 2019년 기준 1746억원, 2020년에는 2360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동성 문제도 있다. 2020년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총차입금 8000억원 중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성 차입금은 5202억원(리스부채 제외 4782억원)이다. 반면 차입금을 갚는 데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보유 유동성 자산인 현금성자산과 미사용여신한도는 각각 1396억원·1215억원으로, 단기성 차입금의 절반을 밑돈다. 예치금 등을 더해도 겨우 절반이 되는 수준이다.
 
  
당장은 기존 수주 등이 있지만 이번 영업정지 처분으로 신규 수주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부진한 건설 경기가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 재무안정성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이날 지난 7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6월보다 7.9포인트 하락한 92.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7월 8.1포인트 하락 이후 11년 만의 최대 낙폭으로, CBSI 지수가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건산연은 8월 CBSI 전망치는 7월보다 1포인트 떨어져 경기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산연은 ‘건설공사 기성을 제외한 모든 지수가 전달 대비 나빠질 것’이라며 ‘특히 신규 수주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주택/건축부문의 장기간 지속적인 양질의 신규 수주 물량 확보와 수익 창출에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라며 “해외 부문도 공사 진행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능성 등이 있어 장기적인 영업실적 유지에는 불안 요인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수주잔고가 많아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영업정지로 토목에 주택 부문까지 신규 수주를 받지 못한 다는 점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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