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제이준코스메틱, 캄캄하기만 한 적자수렁 탈출 과제
중국 시장 악화…2018년 매출 1320억원에서 지난해 305억원으로 급감
모회사와 매출채권 문제로 재무부담 '가중'
미용의료 신사업 활로 모색…아직은 적자
공개 2021-08-03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14:4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제이준코스메틱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마스크팩 신화를 일궈낸 제이준코스메틱(025620)이 호황기를 뒤로한 채 수년째 악화일로에 빠졌다. 적자는 쌓여만 가고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몰리며 외부지원으로 겨우 연명하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이에 더해 관계회사와의 채권 문제 등으로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정적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유상증자로 분위기를 반전하고 신사업 확대 등으로 재기를 노리겠다는 목표지만, 이마저도 전망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준코스메틱은 주당 1345원에 2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며 269억원을 주주배정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이번 자금을 금융권 차입금 및 전환사채 상환에 절반가량 사용하고, 신규 화장품 라인 등에 나머지를 투자하며 전환기를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제이준코스메틱은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체로 특화제품은 단연 마스크팩이다. 한류스타 연예인을 모델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때 마스크팩으로만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구가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했다. 다만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내 사드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매출은 2018년 1320억원→2019년 526억원→지난해 305억원으로 떨어졌고, 최근 3년간 순손실만 1100억원 넘게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이준코스메틱의 종속기업은 디알씨헬스케어를 비롯해 총 6곳인데 이중 상해걸군화장품유한공사(-16억원), 제이준에이치앤비(-23억원), 제이준인터내셔날(-3억원), 다오닉(-4.7억원) 등 4개 업체는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재무안정성도 악화됐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이자보상배율은 2017년 36.25에서 지난해 (-)4.17까지 내려와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상황에까지 부닥쳤다. 수익성 악화와 맞물려 유동비율(연결기준)은 2018년 332.11→ 2019년 80.46→ 지난해 66.69로 내려앉았다. 유동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실적 악화일로 속 계열사 간 자금 문제도 제이준코스메틱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관계기업이자 최대주주인 에프앤리퍼블릭의 자금난이 제이준코스메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재무적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화장품 유통·마케팅 사업을 영위하는 에프엔리퍼블릭은 제이준코스메틱에 매출채권과 관련해 금전 상환 대신 대물변제를 선택하고 있다. 대물변제 사례만 해도 센시블(지분100%, 장부가 65억원), 무무코스메틱(75.47%, 20억원), 에프앤엔터테인먼트(30%, 11억원), 에프앤리퍼블릭(9.37%, 51억원) 등 여러 차례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제이준은 에프앤리퍼블릭 지분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한다고 판단, 15억원의 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까지 인식하는 등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결국 제이준이 대물변제로 에프앤리퍼블릭 지분 9.37%를 받으면서 기존 에프앤리퍼블릭 최대주주였던 에프앤코스메딕스(9.81%)와 함께 사실상 모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계열사 간 재정적 커넥션은 더욱더 커졌다.
 
이 같은 재정부담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말(별도기준) 에프앤리퍼블릭의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억원, 매출채권(유동) 등은 159억원인데 반해 매입채무(유동)를 비롯한 단기차입금은 270억원에 달했고 자본잠식률도 80%에 이르렀다. 에프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90% 비율(10주→1주)로 감자를 진행하는 등 위기에 돌파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이어가는 등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에프앤은 제이준코스메틱에 1년 내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 217억원을 단기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장기매출채권으로 변경했다. 상대적으로 장기매출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손상차손 등이 추가로 발생해 제이준코스메틱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제이준코스메틱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중국 매출이 90% 이상이다 보니 제품을 수요예측해서 대량으로 내보냈던 부분이 있는데, 사드 등이 터지면서 매출채권 문제도 점화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남긴 했지만) 대물변제로 자산을 획득하는 등 상황이 좋아지면서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DRC헬스케어 플래그쉽 스토어 전경. 출처/제이준코스메틱
 
제이준코스메틱은 ‘미용의료’ 부문 신사업을 통해 업황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이준은 기존 코스메틱 사업 외에도 미용의료기기 업체인 디알씨(DRC)헬스케어를 출자설립한 뒤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미용의료기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디알씨의 계열회사인 다오닉을 통해 의료장비 제작까지 직접 도맡고 있다. 최근엔 수소장비 등을 구비한 미용 의료기기 전용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이다. 지난 1분기 디알씨와 다오닉(자본잠식)의 매출은 각각 1억4700만원, 1억7600만원에 순손실은 각각 30억원, 1억원에 이르는 등 업황이 저조해 단기간 파이 확대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준코스메틱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미용기기는 디알씨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라며 "의료기기 부문은 인증이나 이런 부분이 시간이 좀 걸리고 있지만,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는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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