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세계적 명성은 빛 좋은 개살구?…ESS 성장은 '게걸음'
3·4분기 ESS 부문 매출 증가세 둔화 전망
중국 기업 약진·국내 대기업 북미 진출에 ESS 점유율 유지 우려
공개 2021-07-26 10:0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5일 19:0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SDI(006400)의 글로벌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점유율 1위 명성은 과대포장된 빛 좋은 개살구일까. 삼성SDI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수익 개선을 위해선 ESS 부문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SDI가 전 세계 ESS 시장에서 점유율은 독보적이지만, 아직은 이름에 걸맞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27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 삼성SDI의 매출을 약 3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56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영업이익은 무려 146.7% 이상 증가한 규모다. 
 
삼성SDI가 이처럼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배터리 부문의 ‘흑자 전환’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EV(전기차) 전지와 ESS 전지 매출이 각각 전 분기보다 12%·47%가량 늘면서 모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되며, 계절적 성수기인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가 중대형 배터리 부문 호조로 올해 매출 14조원, 영업이익은 1조152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꾸준히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와 테슬라·리비안·BMW 등 탄탄한 고객사 네트워크로 대규모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SDI 전기차 부문의 매출이 5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가장 번듯한 성적표가 기대되는 ESS 부문이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가 더욱 주목되는 분야다. 특히 전기차에서 쓰고 남은 폐배터리를 ESS용으로 재활용할 수도 있어 순환 경제 측면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ESS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지면서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고, 삼성SDI의 수주 증가율이 시장 성장률을 웃돌 것”이라며 ESS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한편,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주를 많이 받는다고 해도, ESS 역시 전기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ESS 관련 화재 등 문제로 정부가 ESS 관련 보조금을 전액 삭감하자, 삼성SDI 등 ESS 제조업체들의 국내 매출은 0에 수렴했다.
 
 
삼성SDI의 지난 1분기 ESS 부문 매출은 23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SDI 측에서 ‘중대형 전지 부문’으로 묶어서 실적을 공개하기 때문에 오차가 다소 큰 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매출액보다 매출액의 증가세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올해 2·3·4분기를 거치며 각각 11.7%·14%·23%가량의 성장이 기대된다. 반면 ESS 부문의 매출은 2분기 약 47.5% 성장한 뒤 정작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2%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 역시 2분기 흑자 전환 후 3분기에는 15%·4분기에는 30%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3분기 500%·4분기 223% 증가가 전망되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2분기에는 매출이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떨어졌고, 4분기에는 증가했다가 올해 1분기 다시 하락하는 등 안정적이지 못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SDI가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명성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독보적인 1위를 보이던 시장 점유율 역시 하락했다. 지난 2019년 9월 기준 삼성SDI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33.8%였지만, 작년에는 31%를 기록했다. CATL·BYD 등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특히 BYD의 경우 지난해 ESS사업부를 전지사업부로 이관하고 향후 생산능력을 10배 이상 키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SDI 측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적은 북미에서의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쟁쟁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ESS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배터리 공장/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2일 미국 ESS 기업 IHI테라선솔루션과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IHI테라선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450㎿h 이상의 ESS를 설치하거나 설치 계약을 체결한 실적이 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SK이노베이션은 IHI테라선솔루션의 ESS 프로젝트에 2022년부터 배터리를 납품하게 됐다. 
  
LS(006260)일렉트릭 역시 이달 14일, 북미 맞춤형 ESS 솔루션을 개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전력 관련 사업 진출 필수 규격인 ‘UL-1741-SA17’과 ‘California Rule21’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획득하며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
 
효성중공업의 ESS 솔루션 조감도/효성중공업
 
지난 3월 영국 최대 전력투자개발사 다우닝(Downing)과 50㎿급 대용량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 효성중공업(298040)도 ESS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S 시스템 전체에 대한 설계·공급·유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강점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ESS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만큼은 성장하지 못했지만, 삼성SDI가 점유율에 비해 큰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에 경쟁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ESS 부문 투자와 영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