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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삼성전자 위기설?…'상황 모르는 소리'
"인텔, 원래 파운드리 업체 아냐···인수해도 점유율 변동 적을 것"
"보조금 더 얻기 위한 정상적인 투자 검토···미국 투자 늦는 것 아냐"
공개 2021-07-22 09:2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0일 18: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인텔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 위기설이 불거지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한 꺼풀 더 걷어보면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로 더 손해를 보는 쪽은 삼성전자가 아닌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일 수 있으며, 답보 상태로 우려 섞인 시선을 받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속도도 정상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2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은 300억달러(한화 34조2600억원)를 투자해 세계 4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로 1위, 18%인 삼성전자가 2위, UMC와 글로벌 파운드리가 7%로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트렌드포스
 
일각에서는 인텔의 본격적인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두고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데에 애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인텔까지 걱정해야 한다’라며 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 진출한다고 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텔이 어떤 회사인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텔은 CPU(중앙처리장치)에 주력하던 업체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시장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원래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아니기에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하더라도 글로벌 파운드리의 이름이 ‘인텔’로 바뀌는 것뿐 점유율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TSMC 본사/TSMC
 
인텔의 파운드리 투자로 더 큰 걱정을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오히려 TSMC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곳은 기존에 인텔에 파운드리를 공급하던 기업들”이라며 “삼성전자보다 인텔에 대한 공급량이 큰 TSMC가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9년부터 인텔에 반도체를 공급하긴 했지만, TSMC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결정 과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에 대규모 라인을 짓고 있어, 굳이 급하게 미국에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평택 P3라인은 내년 하반기면 완공되기 때문에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해도 2023년이면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2024년 이후로 예상되는 인텔의 미국 공장 가동보다 1년 이상 빠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미국 지방 정부의 보조금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의회가 국방부 연간 예산을 정하는 2021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반도체 지원법(CHIPS for America Act)을 포함해 올해 초 통과시켰고, ‘미국 혁신 및 경쟁법’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라며 “이 지원법들로 생긴 보조금을 지방 정부가 연방정부로부터 얼마나 따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가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지방 정부별 보조금 현황을 신중히 살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정상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은 신규 생산시설 건설·기존 생산시설 확장 등 반도체 시설투자에 건별로 최대 3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3조4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미국 혁신 및 경쟁법에도 반도체 제조와 설계·연구개발 등에 우리돈 약 60조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를 늘리며 보조금 확보를 위해 투자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ISD)에 파운드리 투자 관련 세제 혜택을 신청했는데, 테일러는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후보지다. 삼성전자의 첫 미국 공장이 있는 오스틴에서 약 60km 거리다. 테일러 외에도 텍사스 오스틴·애리조나 인근 굿이어와 퀸크리크·뉴욕 제네시카운티 등 4곳을 후보지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당장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이나 미국 투자에 급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인텔이 독일에 200억유로 규모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논의하고, 80억유로의 보조금을 EU에 요청하는 등 몸집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도 얕볼 수 없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자체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속도에 강점이 있는 ‘옵테인’ 메모리·인공지능 고도화에 꼭 필요한 NPU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역시 NPU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삼성전자의 관련 부문 투자가 늦어지면 인텔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당분간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꾸준한 투자를 통한 방어와 대응은 필수적”이라며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투자 결정 이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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