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세 번째 실탄 쏘는데…인니법인, 적자에 건전성도 '흔들'
부코핀은행 위험가중자산 5.3조…국내 은행 현지법인 평균 웃돌아
코로나 확산세 심각…위험가중자산·부실채권 확대 가능성도
공개 2021-07-05 09:4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18: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KB국민은행이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이 자산건전성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KB부코핀은행은 타 현지은행과 다르게 적자 수렁에 빠져 위기를 겪고 있는 데다 건전성이 흔들리며 자본금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두차례 자금을 투입 한 KB국민은행은 여전히 KB부코핀은행이 정상화되지 않자 올해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위험가중자산(RWA)이 유독 많은 상황에서 현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우려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위험가중자산은 대출금, 미수금, 가지급금, 유가증권, 예치금 등 자산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고려한 자산을 뜻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부코핀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5조3426억원으로 여타 현지법인 평균(2조2491억원)을 137.54% 상회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PT Bank Shinhan Indonesia)은 9594억원, 하나은행인도네시아법인(PT Bank KEB Hana)은 2조7271억원,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PT Bank Woori Saudara Indonesia)은 3조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위험가중자산비율도 KB부코핀은행은 5%,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38%, 하나은행인도네시아법인은 29%,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은 19%로 나타났다. 즉 KB부코핀은행은 비교적 자기자본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많았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기준 이들 은행의 자기자본은 각각 2820억원, 3602억원, 7740억원, 5717억원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전경. 사진/국민은행
 
앞서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2020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KB부코핀은행에 대해 언급했다. 국민은행의 해외점포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85%로 전년 대비 0.21%p 높아졌다며 지난해 인수한 KB부코핀은행(NPL비율 29.8%)이 상승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외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경우 비우량은행 인수라는 조건이 따라붙기 때문에 부실채권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위험가중자산과 부실채권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1000여명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리스크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다소 부진한 KB부코핀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또 KB부코핀은행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손익은 -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377억원 대비 3.18% 개선되는 데 그쳤다. 반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61억원, 하나은행인도네시아법인은 71억원,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은 1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 동기 대비 69.95% 축소됐지만,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 속에서 수익성 방어 성공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KB부코핀은행의 수익성 부진 원인으로는 리테일(소매금융) 중심 영업이 꼽히고 있다. 전신인 부코핀은행이 전통적으로 연금대출, 조합원대출, 소상공인(SME)대출 등 리테일 위주의 고객 기반을 확보한 탓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올해 1분기 KB부코핀은행의 영업수익은 1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1258억원 대비 1.05% 축소됐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영업 확대는 수익기반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국민은행이 충분한 리스크 관리를 함께 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지분 투자가 집행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법인의 실적기여도와 리스크 관리 수준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사정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KB부코핀은행을 디지털 기술 중심 은행으로 발전시켜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총 4000억원을 투자해 부코핀은행 지분을 67%까지 늘렸다. 2018년 7월 22%를 확보한 후 지난해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11.9%, 같은 해 8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33.1%를 추가로 획득했다.
 
이번에 예정된 세 번째 유상증자는 KB부코핀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최대 352억1429만주)를 발행하면 대주주인 국민은행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신주 인수 가격은 KB부코핀은행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주가에서 10% 할인된 금액으로 예상된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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