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 ‘헐값’ 신세인데…끊이지 않는 이커머스 몸값 ‘뻥튀기’ 논란
남양유업 지분 52% 3100억원…업력 등을 고려하면 '저평가' 시각 우세
마켓컬리, 적자에도 거래액 대비 기업가치 약 2배에 달해
이커머스, 시장구조 변화 가능성 커…고평가 논란 계속
공개 2021-06-29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1: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출처/마켓컬리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식음료·프랜차이즈 등 소비재 기업의 몸값은 헐값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반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같은 플랫폼 사업체의 기업가치는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환경 변화와 함께 MZ세대(1980년생~2004년생)를 주 고객으로 보유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재 기업과 비교해 더욱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현재의 가치에 비해 미래가치가 과도하게 계상돼 가격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의견도 있어 이커머스 업체의 몸값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5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오너家 지분 약 52%를 3100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따냈다. 이는 양사가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27일 남양유업 종가(43만9000원)를 약 1.8배 트리플로 평가한 금액이다.
 
보통 식음료 및 프랜차이즈 업계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에비타) 지표가 사용된다. 에비타에 트리플 배수를 적용해 가치를 도출하는 형태다. 남양유업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입어 주식거래액을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됐지만, 이들의 과거 에비타를 기반으로 몸값을 따져보면 다소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양유업 연결 기준 에비타는 2018년 480억원, 2019년 530억원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남양유업의 몸값은 2019년 기준 에비타 대비 12배 수준으로 측정된 것이다.
 
앞서 웅진이 에비타 대비 12배, 공차는 13배 가격으로 인수된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적당한 듯 보이지만, 변수는 남양유업의 시장지위 및 자산 보유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남양유업은 이익잉여금만 8685억원,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5078억원, 부채는 16%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잇단 악재로 이미지가 추락했음에도 60년 업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굳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헐값인수’ 분석이 힘을 얻는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앤컴퍼니가 손해를 보는 금액으로 남양을 인수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과거 적자였던 기업을 인수해서 성과를 내기도 했던 만큼, 남양유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적자인데도) 인수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뚜레쥬르 베트남 칸호이점. 출처/CJ푸드빌
 
뚜레쥬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초 CJ는 뚜레쥬르를 시장에 내놨지만 PEF와 몸값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틀어졌다. CJ푸드빌이 개별 브랜드 에비타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뚜레쥬르 에비타는 400억원가량이다. CJ 측은 몸값으로 에비타 대비 7.5배 수준인 3000억원가량을 원했지만, PEF 측에서는 뚜레쥬르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계약이 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CJ 측이 뚜레쥬르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 2위 사업자로 굳건한 입지를 갖는 데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추정 900억원) 등을 고려해도 2000억원이라는 가격은 ‘저평가’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커머스와 같은 플랫폼 부문으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커머스 몸값은 성장성 등을 고려해 ‘GMV(연간거래액)’를 기반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커머스가 중개를 진행하다 보니 거래액은 커지는데 실질적 수익성은 떨어져 몸값 거품 논란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최근 2000억원 가량을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로 2조원 이상을 평가받았다고 알려진다. 지난해 마켓컬리 GMV가 약 1조1~2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8배 이상 트리플이 적용된 것이다. 다만 마켓컬리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가 약 25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아직 흑자를 낸 적도 한 번도 없어 수익성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마켓컬리는 일정수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물류센터 증설 및 배송지역 확대 등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후발업체의 추격이 거세다 보니 턴어라운드 시기는 아직 묘연한 상태다. 마켓컬리 몸값이 다소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신사도 높은 몸값을 평가받았다. 지난 3월 무신사는 IMM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약 2조4000억~5000억원에서 측정됐다고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무신사 GMV인 1조2000억원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출처/무신사
 
실제 매각이 일어난 딜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도 최근 크로키닷컴이 전개하는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 ‘지그재그’를 1조원에 품었다. 크로키닷컴은 지난해 매출 4002억원, 영업손실 255억원을 남긴 바 있다. 같은 기간 GMV는 7500억원 수준이었는데, 여기에 1.4배 트리플을 인정받고 카카오 품으로 향했다.
 
이커머스를 식품업계 등에서 통용되는 에비타 가치법으로 따져보면 고평가 논란은 더욱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무신사의 지난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포함)는 496억8640만원이다. 무신사의 기업가치(2조5000억원)는 에비타 대비 20배가 넘는 상황이다. 무신사 기업가치는 시가총액 기준 현대백화점(2조196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신세계(2조7419억원), GS리테일(2조7990억원)과도 비등한 레벨이다.
 
또 다른 케이스는 상반기 최고 빅딜로 꼽힌 ‘이베이코리아’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3000만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 몸값이 4조3500억원으로 평가된 것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감사보고서(2018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에비타는 1502억원으로 결국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을 에비타 대비 무려 28.9배로 사들인 꼴이 됐다. 다만 최근 3년간 이베이코리아가 전자상거래 1, 2위 업자인 네이버와 쿠팡과 비교해 성장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몸값에 대한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8년 매출이 전년 대비 3%, 2019년 12%, 지난해에는 18%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쿠팡은 2018년 전년 대비 62%, 2019년 64%, 지난해 94% 증가률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커머스 산업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단계다 보니 적자구조에도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상황”이라며 “다만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품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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