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증자' 나선 삼성중공업, 여전한 재무 우려에 수익성 과제도
2023년 흑자전환 목표…낮은 재무건전성에 유증 효과 희석 우려
드릴십 매각·자잿값 인상·일부 선박 인도 시기 지연 등 과제 많아
공개 2021-06-25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3일 17: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2023년 흑자전환’이라는 삼성중공업의 목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낮은 재무안전성으로 유상증자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자재비 인상과 일부 선박의 인도 시기 지연으로 인한 수익성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회사 발행 주식 총수 개정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번 감자와 증자는 절박한 상황에서 사업 경쟁력을 지켜나가기 위해 결정한 것임을 주주 여러분들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라며 “회사의 결정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신다면 반드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 보답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현재 2023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진택 사장이 언급한 ‘정상궤도’의 시점도 2023년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약 2년 6개월 안에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번 무상감자·유상증자 결정과 더불어 올해 수주 목표인 91억 달러 중 65%가량을 달성한 현 상황을 보면 2023년 흑자 달성은 무리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재무건전성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 2015년부터 6년 연속, 분기로는 14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1조5746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8%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960%이상 커진 506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248%였던 부채비율 역시 1분기 262%까지 상승했다.
 
 
 
2018년에는 감소했던 차입금 규모도 꾸준히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신평)의 집계 결과 지난 2019년 삼성중공업의 조정순차입금의존도는 이미 건전성 척도인 30%를 넘어섰고, 지난 1분기에는 44%까지 올랐다.
 
기업이 자유롭게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상당히 개선되긴 했으나 1분기 기준 1054억원 적자를 보이고 있다.  
 
계속된 적자는 자본잠식 위기로 이어졌다. 자본잠식은 기업 재무제표상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의 자본총계는 3조3364억원으로, 자본금 3조1505억원과 채 2000억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재무건전성 악화에 나이스신평은 결국 삼성중공업의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유상증자 효과도 제한적일 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유상증자 이후 2019년에서 2021년 1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가 3조3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2022년까지 영업적자 지속이 불가피할 전망임을 고려할 때 1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는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판단했다.
 
유상증자로 올해 말 부채비율은 198%로 줄어들어 일부 건전성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어서 “2020년 4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수주 선박의 건조 진행에 따라 운전자금 부담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개발·ESG 경영 등을 위한 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어 차입금 감축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140억원 규모 평가손실의 원인인 드릴십 매각도 흑자전환 달성을 위한 중요 퍼즐 조각 중 하나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드릴십은 총 5기다. 최근 이어지는 고유가와 드릴십 가동률 상승으로 매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학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유가만을 믿고 석유업체가 수주량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가 80달러 선에서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문제로 드릴십 매각 시기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싼 자재비도 삼성중공업의 수익성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강재가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1190억원을 반영했지만, 강재가격은 하반기에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강재가격은 올해 들어 10% 이상이 더 올랐다”라며 “하반기 추가 인상이 전망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자재비 우려에 대해 "강재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은 마련 중"이라며 "우선은 가격 협상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 모잠비크 LNG전(田) 개발 프로젝트 건조계약도 미뤄지게 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모잠비크 LNG전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에너지기업 엑손 모빌(Exxon Mobil)과 포트투갈 에너지기업 갈프 에너지아(Galp Energia)는 모잠비크 내 무장 세력의 위협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겨 LNG전 개발을 늦추기로 했다. LNG전 개발 지연으로 LNG운반선 투입 시기도 늦어지게 된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LNG 운송 담당인 ‘토탈 에너지스(Total Energies)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8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지난 5월 말 선박을 건조해 2023년 말에 인도해야 했다. 그러나 투입 지연으로 건조 시작은 오는 9월, 인도 시기는 2024년 2분기로 미뤄졌다. 
 
수주 후 선박 건조 공정률에 따라 매출액을 인식해 실적에 반영하는 조선사의 수익구조 상 인도 시기가 지연되면 수익 반영도 늦어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해당 선박의 인도 지연으로 인해 매출 반영이 늦어질 수 있겠지만, 세계 선박 발주환경이 호전되면서 우수한 수주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수주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의지는 확고하지만, 2016년과 2018년 유증 때에도 약속한 흑자전환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며 “외부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면 재무구조는 개선된다 하더라도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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