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맞는데…피에이치씨, '뒷북 투자' 통할까
성장세 지속 위해 생산시설 확보
공장 완료 시기 놓고 뒷북 우려도
공개 2021-05-07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18: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시설투자에 나선 피에이치씨(057880)에 뒷북 행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해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난 피에이치씨는 실적 개선세를 유지하기 위해 ‘진단키트 생산시설 확충’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건설자금을 마련, 내년 신공장 완공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진단키트의 수요가 줄어들고 난 뒤 생산시설이 확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장 가동으로 고정비가 늘어나는 데다 수요 감소로 적정 수준의 수익성이 발생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에이치씨는 기명식 보통주 380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예상모집가액은 주당 1475원으로 모집예상총액은 560억5000만원이다. 신주 규모는 총 주식 수의 48.3%에 달한다.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은 시설자금 확보다. 공장이 위치할 토지 구매와 공장 신설, 기계장치 구입·설치에 410억원을 활용한다.
 
 
 
이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실적 개선세를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다. 지난해 피에이치씨는 바이오 부문의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UTM)와 혈당측정기 매출이 증가하며 2012년 이후 영업이익(연결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998년 토필드로 설립돼 디지털 셋톱박스 제조와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해온 피에이치씨는 2019년 5월 필로시스생명과학(현 엠컨설팅)에 인수된 후 바이오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지난해부터 진단키트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 2018년 매출 69억원에 영업손실 50억원, 2019년 매출 94억원에 영업손실 6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51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을 살펴보면 검체채취키트 120억원, 혈당측정기 51억원, 진단키트 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2%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가 유통되면서 4분기에만 매출 151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 1~3분기까지 적자였던 영업이익을 연간 흑자로 돌아서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서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중이 자기자본 50%를 넘어 지정됐던 관리종목에서도 벗어났다.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 등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피에이치씨는 주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지분 18.6%를 보유한 특수관계인 필로시스로부터 관련 제품을 매입해 유통해왔다.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 등은 생산량에 따라 제품단가가 크게 달라지는 상품으로 필로시스의 제품생산 역량에 따라 매입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유통만 하는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피에이치씨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 매출 마진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추후 수주물량이 늘어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410억원을 투입, 신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공장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시기가 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져 관련 진단키트의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 등 수요가 높게 형성돼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중이고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어 일부에서는 내년 코로나19의 종식을 예상하기도 한다.
 
만약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의 수요 감소는 당장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을 키우는데 여기에 공장 증설로 인한 고정비까지 반영될 경우 영업이익 등 수익성은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획득한 토지, 건물, 기계설비 등 유형자산의 가치 하락에 따른 손상차손 반영으로 당기순이익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피에이치씨 측은 이번 신규공장 증설이 진단키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공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진단키트나 검체채취키트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질병을 진단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에이치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진단키트라는 것이 코로나19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생산시설을 확보해 놓으면 다른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 출시 등이 수월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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