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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투자 맞나’…산업은행 ESG PF, 환경 문제 초래
“착한 투자만 하겠다” 적도원칙 가입한 산업은행
도시 재생·태양광 지원 수준…일부 PF 환경 오염 논란
ESG 경영 실체 불분명 성과 측정· 평가 방식에 한계론
공개 2021-04-28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14:1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유진 기자] 전 세계에 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 속에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최초로 친환경 위험관리 모범규범인 적도원칙에 가입한 산업은행은 착한 투자 계획으로 공표한 프로젝트가 환경을 위협한다는 반발이 이어져 오히려 ESG문제를 야기하는가 하면 아직까지 사회간접자본(SOC),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는 수준이라 진정한 의미의 ESG 경영을 실현하기에 멀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적도원칙 가입 절차를 통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적도원칙이란 환경 파괴 또는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사 간 자율협약이다. 적용 대상은 미화 1000만달러(약 112억원) 이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5000만달러(약 560억원) 이상의 기업대출 등이다. 국내에서는 산업은행이 2017년에 가입을 마쳤으며 뒤를 이어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이 동참했다.
 
 
  
적도원칙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목표 이행 차원에서 매년 PF 프로젝트 참여 내역을 공개한다. 가입 첫해 유예기간을 적용받은 곳을 제외하면 국내 금융사로는 산업은행이 유일하게 관련 내용을 공시 중이다.
 
산업은행이 참여한 PF를 살펴본 결과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며 기업 이미지 쇄신 그 이상의 효과를 달성한 사례가 있지만, 일부는 환경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SK건설과 지난 2019년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에 대해 현지에서는 터널 건설이 탄소 중립 실현을 방해하고, 환경 오염을 부추긴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런던 실버타운과 그리니치 지역을 템스강 하부 터널로 잇는 건설 사업이다. 사업 규모만 약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관협력사업 프로젝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 등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라 국내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적도원칙을 준수한 사례지만, 현지에서는 관련 사업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반발이 거세다. 터널 건설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영국은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현지 환경 전문가 등은 그랜트 샵스 교통부 장관과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 서한을 보내 관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경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위기 대응 계획만 잘 수립하면 조건부 PF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적도원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 받을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과 ESG 컨설팅을 진행한 전문가는 “적도원칙이란 환경 및 사회적 위험을 결정, 평가 및 관리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채택하는 위험 관리 프레임 워크에 불과하다”라며 “석탄발전과 같이 환경 오염 리스크가 있는 투자 계획이라도 액션플랜만 잘 짜놓으면 PF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를 규정대로 준수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지 상황과 관련해 SK건설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있었으나 터널 공사는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현재 부지정지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 자금이 오가는 PF에서 ESG 리스크는 시사하는 바는 크다. PF 진행 시 건설사는 사업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고, 금융사 또한 그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게 된다. 금융 지원에 나선 은행이 공사 중단으로 손실을 본다면 국민과 주주의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투자 자금 조달 심사 시 환경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적도원칙이 탄생한 배경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원주민과의 갈등과 산림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대규모 PF 프로젝트가 멈춰 이해관계자들이 손해를 본 사례가 존재한다. 최근까지도 인도 등에서는 환경 문제로 대형 투자 계획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9년 약 7억 달러 규모로 추진되던 안드라프라데시주의 계획도시인 아마라바티(Amaravati)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원주민 이주 문제,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세계은행은 이 사업에 3억 달러 규모를 조달키로 한 계획을 중단했다. 인도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선 바 있다.
 
적도원칙 가입사인 프랑스 BNP파리바은행, 스페인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BBVA)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샤를 드골 공항 철도 프로젝트인 'CDG Express’ 또한 환경 보호 문제로 멈춰 있다. 이 사업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을 파리 중심부로 연결하기 위해 공항 철도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약 20억 유로 규모로 추진되며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에 맞춰 완공하려 했지만, 철도가 환경 보호종이 서식하는 지역을 횡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행정법원은 사업 중단을 명령했고, 작업 재개를 논의 중이다.
 
ESG평가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ESG 경영이 헛구호에 멈추지 않으려면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현재로선 전문성을 가진 심사역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금융사들도 평가 방식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은 ESG 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경쟁적으로 적도원칙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024110) 등도 가입을 추진 중으로 ‘착한 투자’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박유진 기자 skybor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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