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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편입이 '빚 탈출구' 될까
차입금의존도 55.8%·부채비율 226.2%…신평사 “차입금 부담 지속될 것”
현대중공업그룹으로 편입 시 지원 가능성 커져…신용등급 결정에 ‘키포인트’
공개 2021-01-26 10:30:0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5일 1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빚은 늘어난 반면 벌어드리는 수익은 저조해 차입금 부담이 커져가고 있다. 향후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할 경우 신용등급하향이 불가피한 가운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편입 여부가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 전경. 출처/두산그룹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1일 두산인프라코어의 제 73회 선순위 무보증 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로 평가하고 ‘불확실 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등급 전망을 ‘유동적’으로 평정했다.
 
현금창출력 대비 높은 차입금 부담 등으로 재무안정성은 불안정하지만 두산그룹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두산인프라코어 지분매각을 진행하면서 신용도가 변동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두산밥캣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034020)으로 2020년 3분기 기준 지분 35.4%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안정성은 불안정한 상태다. 불어난 빚 대비 현금창출력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2020년 3분기 기준 매출은 2조2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35억원으로 44% 줄었고 금융비용·법인세 등을 차감한 당기순이익은 72%나 급감한 2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80% 수준을 차지하는 해외시장의 건설기계 시장의 수요둔화가 주효했다.
 
반면 지속된 투자와 운전자금확대, 관계사 자산매입 등으로 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하면서 순차입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사업과 설비증설 등의 신규투자를 지속하면서 수년간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자본적 지출(CAPEX)을 단행했다. 자본적 지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987억원, 2018년 1103억원, 2019년 1434억원으로 커졌고 2020년 3분기까지는 863억원을 지출했다.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을 외부서 조달하다 보니 순차입금은 2016년 2조1958억원에서 2020년 3분기 2조4097억원으로 9.7%(213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조3603억원에서 2조7871억원으로 18% 이상 (4268억원) 불어났다.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48.7%에서 55.8%로 7.1%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이 늘어남에 따라 2020년 3분기 부채비율은 226.2%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다는 것은 빚이 보유한 자본보다 두 배 많다는 것을 뜻한다.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갚아야 할 ‘이자’를 뜻하는 금융비용이 연간 900억~1000억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2016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금융비용은 1311억원, 2017년 1240억원, 2018년 1421억원, 2019년 1376억원으로 나타났고 2020년 3분기까지 900억원에 달하게 됐다.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1098억원, 2017년 450억원, 2018년 198억원, 2019년 -1130억원, 2020년 3분기 기준 2073억원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현금창출능력이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차입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영업창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차입금 감축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당분간 높은 차입금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EBIT/매출액(별도) 2%미만’ 또는 ‘총차입금/EBITDA(별도) 10배 초과’가 지속될 전망일 경우 등급하향을 검토하게 된다.
 
현재 상황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 하락은 가능성이 커 보인다. ‘총차입금/EBITDA’ 지표가 2020년 3분기 기준 11.4배로 집계되며 신용평가사서 제시한 하향 트리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도는 아직 불확실성이 반영돼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편입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제회(사업분할) 되는 점은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이지만, 두산그룹보다 신용도가 우수한 현대중공업그룹으로 편입된다면 계열의 지원가능성은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국내 신평사들은 회사채 본평가서 두산그룹의 매각 계획에 대한 평가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본계약 체결을 비롯 매각절차 진행 경과, 구체적인 인수구조와 대주주 변경 이후 동사의 사업경쟁력, 수익성, 재무구조와 우발채무 부담 여부 등을 토대로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매각 진행 상황에 따라 회사의 신용도가 변동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자체 재무부담 완화 정도, 영업수익성과 채무상환능력 변화, 계열전반의 신용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등급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10일 현대중공업지주와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전량(35.41%)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본 계약은 이달 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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