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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1조 DICC 소송 승소…자구안 이행 '사실상 마무리'
"DICC 관련 잔여 쟁점, M&A 결과 바꾸기 어려워"
판결 승소 후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항, 두산의 '꽃놀이패'로
두산그룹 1년 만에 자구안 이행 '마무리 단계'
공개 2021-01-15 09:10:0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19: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중국법인(이하 DICC)소송에서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2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하며, 두산그룹의 자구안 이행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비적 청구사항 관련 다툼, DICC 지분 가액 산정이란 과정이 남았지만 인수·합병(M&A) 관련 법률전문가들은 앞으로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오전 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제기한 DICC 주식 매매대금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결과는 두산의 승소였다. 대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두산인프라코어 DICC 소송 관련 일지. 제작/뉴스토마토
 
이번 판결 전 법률전문가들은 양 당사자들이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라고 요약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두산(000150) 그룹의 '실사 협조 의무'와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등에 관한 주주 간 계약의 해석이었다. DICC가 2014년 기업공개(IPO)가 실패한 이후 FI들이 하려던 DICC 실사에 관해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할 의무가 있는지가 실사 관련 다툼의 포인트였다. M&A시 실사 정보 공개에 관해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매물인 DICC의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인수 의사가 분명한 인수희망자들에게만 매물의 정보를 공개한다. 
 
DICC실사 당시 두산은 FI들의 자료 제공 요구의 반대급부로 잠재 인수자의 인수 의사를 확인할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두산은 실사에 비협조적이었다. 이에 대해 1심은 두산에 자료 제공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두산에 자료 제공 의무가 있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3심은 투자자들 역시 신의칙에 따라 협조할 의무까지 고려돼 "두산도 의무를 위반했지만, 투자자들 역시 자료 제공 의무는 있지만,  계약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한 자문 변호사는 "쉽게 말해 두산도 의무 이행을 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투자자들도 협조를 하지 않았기에 의무 위반을 주장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동반매도요구권(Drag Along)에 관한 쟁점에 대해 M&A를 오랫동안 자문한 변호사는 "고등법원에서는 3가지 선택지 중에 남은 선택지가 하나인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면서 "하지만 생각해 보면 3가지 옵션은 두산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라며 남은 선택지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매각가액을 특정한 고등법원 판결이 뒤집힌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2심으로 돌아갈 경우 예비적 청구사항을 다툴 예정이지만 이 역시 큰 변수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예비적 청구사항은 두산그룹이 FI를 기망했는지 여부, 두산그룹의 계약 위반 여부 등이다. 그는 "사기(기망의 전제)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고 계약 위반 여부에 관해서는 "중과실의 전제가 되는 주의의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두산의 주의의무 위반이 중대했다면 주의적 청구사항으로 어떻게든 밀어 넣었을 것"이라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마지막 남은 쟁점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동반매도요구권은 향후 M&A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매수청구권(Call Option)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자문 변호사는 "DICC 지분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주주가 있다면 함께 팔면 되는 문제고, 낮게 평가할 경우는 인프라코어가 매수하면 된다"면서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양 당사자 간에 협상 테이블을 차려 해결하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체결한 M&A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바꿀 만큼의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진행된 인프라코어 M&A의 최대 화두였던 소송의 불확실성이 사실상 해소된 셈이다. 승소와 패소 여부, 패소 시 인프라코어의 지급 규모 등이 불확실한 터라 인수 후보자들과 두산그룹은 책임 범위, 보증금 예치 여부 등에 관해 팽팽한 이견을 보였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중공업지주 역시 DICC 소송의 불확실성 탓에 주식매매계약(SPA) 대신 MOU를 체결했다. 양 사간 M&A는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두산그룹의 자구안 이행 현황.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두산그룹의 자구안 역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034020)은 지난 3월 산업은행 등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고 3조원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4조 2000억원에 이른 터라 상당한 자금 압박을 느낀 두산중공업은 산업은행에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두산그룹은 3조원의 자금을 수혈받는 대가로 비주력사업부를 매각해야 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그룹 내 주요 사업부를 M&A 매물로 내놓았다.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솔루스첨단소재(336370)(구 두산솔루스, 이하 솔루스) △모트롤BG △두타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많은 사업부의 M&A가 1년 사이 진행됐으며 이 중 두산건설을 제외하고는 매각이 완료되거나 임박했다.
 
동박 제조사인 솔루스를 제외하면 두산그룹의 M&A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첫 번째 딜이었던 클럽모우CC의 M&A는 세간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골프장이 '핫'매물인 것은 맞지만, 두산그룹의 매각희망가가 높아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모아미래도건설이 깜짝 등장했고, 두산그룹은 클럽모우CC를 1850억원(홀당 68억원)이란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다. 모트롤BG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3000억~3500억원을 예상했지만, 4530억원까지 가격을 높였다. 소송 이슈가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지주와 매각에 관한 MOU를 체결, 유동적인 협상 방식을 채택했다.  
 
(주)두산의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2019년 말 별도 기준 121.6%였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101.3%까지 낮아졌다.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터라 순차입금의존도의 안정세는 부채비율보다 더욱 확연했다. 지난해 말 30.2%였던 두산그룹의 순차입금의존도는 3분기 말 기준 21.3%로 8.9%p 줄어들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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