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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책임 강화와 감사품질 제고
공개 2020-12-24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09:4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신(新) 외부감사법 도입 이전에는 회계법인의 대표이사 명의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발행됨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는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부담하지 않았었다. 회계법인 대표이사 명의의 감사보고서인데 대표이사는 책임지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외부감사법이 아닌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으나 실제 적용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실감사에 대하여 회계법인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부실감사의 한 요인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부실감사 발생 시 대표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업무수행이사의 성과평가 기준이 매출 성과, 즉 외부감사 실적에만 의존하게 되고, 따라서 업무수행이사가 무리해서 외부감사를 수임하고 분식회계를 눈감아주는 한 요인이 된다는 비판이었다. 
 
한편으로는 부실감사가 발생한 경우에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무리라는 주장도 존재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실감사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대표이사를 제재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단순히 지휘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제재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둘째, ‘유한회사’의 성격을 갖는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사실상 ‘무한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셋째, 그 당시 많은 회계법인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회계법인의 경우에 대표이사는 형식적인 대표에 불과하므로 업무수행이사가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대해 대표이사가 관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제재할 근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용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신 외부감사법에서는 품질관리에 대한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책임 강화와 제재 근거가 마련되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의무를 신설하고, 회계법인의 대표자는 품질관리기준에 따른 업무설계 및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며, 이를 담당하는 품질관리업무 담당이사 1명을 지정해야 한다. 이는 회계법인이 매출 경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적절한 감사품질을 유지해야 함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둘째, 회계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품질관리업무 담당이사가 품질관리기준에 따른 업무설계·운영을 소홀히 함으로써 주권상장법인이나 대형비상장주식회사 또는 금융회사에 대한 중대한 감사 부실이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제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부실감사가 발생한 경우에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무조건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관리기준에 따른 업무설계·운영을 소홀히 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부실감사 발생 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무조건 제재하는 경우의 문제점을 없앤 것이다. 이는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무조건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시험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경우에만 야단치겠다는 것과 같다.
 
현행법에서도 대표이사를 제재할 근거는 있지만 업무수행이사를 감독할 위치에 있는 공인회계사(예를 들어, 대표이사의 아래 직급으로서 업무수행이사를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본부장 등)에 대해서는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재무제표의 작성책임은 회사의 경영자에게 있으므로 재무제표의 질을 결정할 때 경영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의 책임도 중요하다. 따라서 신 외부감사법에서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화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러한 제도변화를 통하여 공인회계사들이 외부감사를 수임하기 위한 매출 경쟁이 아니라 감사품질을 경쟁하는 시기가 빨리 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인회계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부감사를 둘러싼 기업의 경영자, 주주나 채권자와 같은 이해관계자, 정부 등 모두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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