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의 불황형 그늘…주류 살릴 의지 없나
3분기 롯데주류 흑자전환, '비용절감+손상차손' 효과
지주사 전환 이후 롯데주류 직원 15% 감소… 음료는 증가
'음료통'박윤기 신임 대표, 인사말 '음료'만 강조…음료 부문 턴어라운드도 '시급'
공개 2020-12-15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23:5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최근 롯데칠성(005300)음료가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주류부문은 소외받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분기 깜짝 실적 성과를 올린 주류부문을 '불황형 흑자'로 진단했다. 작년 3분기 일본 불매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주류 관련 광고판촉비와 직원수 감소로 인한 인건비 감소, 손상차손 효과 등이 어우러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윤기 신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음료사업만을 언급하는 등 주류사업의 의지가 담겨있지 않아 불안함을 남긴다.
  
지난달 26일 롯데그룹은 정기 이사회를 열고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기 인사에서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식품BU장에 임명했다. 이 대표의 빈자리를 '음료통' 박윤기 상무(전략기획부문장)가 대신한다.  
 
반면 롯데주류는 특별한 소식이 없다. 2018년과 2019년 전무 급이었던 주류의 등기임원은 올해 상무급(이동진 영업본부장)으로 한 단계 직급이 내려간 상황이고, 내년에도 이 본부장이 그 자리를 유지할 예정이다. 
 
그 사이 직원 수는 5.8%(103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주류 부문의 인력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한 2017년 말 1938명이었던 주류부문 직원 수는 올 3분기 말 기준 1652명으로 286명(14.7% 감소) 줄었다.
 
 
 
올 3분기 깜짝 흑자를 냈지만, 매출 증가가 아닌 비용 감소 효과가 큰 탓에 전문가들은 '불황형 흑자'로 분류했다. 
 
'불황형 흑자' 롯데주류, 매출도 줄고 비용도 줄어 
 
불황형 흑자란 매출이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사이 원가를 크게 감소시키며 기록하는 흑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단기간을 집중 분석하지 않고, 추세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결론을 낸다. 
 
롯데주류는 올 3분기 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7년 1분기(68억원) 이후 14분기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누적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영업적자(274억원)이며 누적 기준 매출액은 45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7억원(18.6%) 감소했다.  
 
국내 맥주 제조사별 맥주별 매출 추이. 출처/식품산업통계정보
 
롯데주류의 부진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소주 부문은 하이트진로에 크게 밀린 상태에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맥주 사업 부분은 뒷걸음질 치며 지난 4분기 롯데주류의 맥주 전체판매액이 '하이네켄', '칭타오' 단일판매액보다 적었다. '스카치 블루'로 대변되는 위스키 부문은 매출이 1/3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원가 개선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용 인원 축소 이외에도 손상차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유형·무형·사용권 자산 손상차손으로 2018년과 2019년 각각 799억원, 1551억원을 인식했다. 2년간 인식한 2350억원은 3분기까지 롯데주류의 매출원가(3043억원)와 판매관리비(1811억원)를 연환산한 비용 6472억원의 36% 수준이다. 만약 손상대상 자산의 가중평균한 내용연수가 20년이라면 향후 20년간 매년 1.8~2% 수준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의 손상차손은 빅 배스 수준은 아니고, 비용 절감 효과가 소폭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한창 좋을 때에 비해 지금 매출이 많이 꺾여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인식한 손상차손,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감소 등으로 인한 비용 감소가 흑자 전환을 견인했다"라고 말했다. 
 
신임 대표 인사말…'음료' 만 강조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매출 순위. 출처/식품산업통계정보
 
롯데주류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롯데칠성음료는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식품기업 기준 매출 순위를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매출 순위는 2018년 CJ제일제당(097950)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대상(001680)에 밀려 3위로 한 단계 내려갔고, 올해는 지난해 4위인 오뚜기(007310)에 밀릴 위기다. 오뚜기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인 1조 9677억원보다 2100억원가량 적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전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 단계 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위기에 놓인 상황에 롯데그룹은 박윤기 신임 대표에게 중책을 맡겼다. 박 대표는 2014년 상무보로 임원이 된 이후 음료 마케팅 부문장, 음료 기획·해외사업 부문장, 음료 경영전략 부문장 등을 역임한 이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음료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인사말에서도 음료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인사말에서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음료 제품으로 고객과 함께 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음료 업계를 선도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그는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서 음료만 4번 언급했고 주류는 언급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주류도 음료에 포함될 수 있으나 롯데칠성음료는 사업부를 음료와 주류로 나누었으며 홈페이지에도 그 둘을 명확히 구분해 놓았다. 그는 현재의 난국을 주류 부문보다는 그의 전문 분야인 음료 부문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를 롯데칠성음료는 경쟁력 있는 음료 사업 부문에서 풀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황이 호전된 이후 주류 사업 부분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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