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아픈손가락 11번가, 아마존 모멘텀 얼마나 나올까
업계 4위로 실적 부진 속 아마존과 협력 추진
아마존, 3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방식 검토
투자 규모 및 영속성, IPO 등 미래 청사진 관건
공개 2020-12-09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1: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11번가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SK텔레콤(017670) 내 비통신업 계열사 가운데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11번가가 실적 반등을 위한 카드로 '아마존'을 선택했다. 그동안 네이버, 쿠팡 등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제대로 된 존재감을 못 보여준 11번가 입장에서는 반전 카드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철옹성 같은 경쟁업체 틈바구니 속에서 의미 있는 모멘텀을 얻기 위해서는 투자의 규모와 영속성,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 관심을 받은 부분은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점이다. 그동안 해외 온라인 직접구매에서 발생하는 여러 불편한 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11번가의 이커머스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의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의 배경에는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사업자 기준 점유율은 약 7~8%로 네이버, 쿠팡, 이베이(지마켓+옥션)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11번가는 SK텔레콤(지분율 80.26%)의 자회사로 SK플래닛으로부터 2018년 9월 분사돼 설립된 이커머스 업체다.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매출 등 외형은 커졌으나 고객 확보를 위한 최저가와 무료 배송 등 마케팅으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수년간의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14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단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실적 반등의 모멘텀을 얻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해외직구 시장의 매출 일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간한 KFI(코리아 패션 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6471억원에서 2019년 3조636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경우 언어적 부담이 적고 CS(고객 서비스) 등 측면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의 규모와 영속성이다. 11번가는 아마존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는 전환우선주(CPS)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전환우선주는 특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때 많이 활용된다.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신주 인수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3000억원 수준의 투자 유치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 변동을 얘기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아마존이 모델로 보이는 업계 2위 쿠팡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 행진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15년과 2018년 총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자본금으로 로켓배송과 쿠팡이츠 등 쿠팡만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이뤄질 수 있었다. 업계 2위를 수성하는데 조 단위의 자금이 든 셈이다. 이번 아마존의 11번가 투자 역시 일회성으로 보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추가 투자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번 아마존의 투자는 11번가 뿐 아니라 외연 확장에 기대감이 크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11번가의 기업공개 등 비통신 사업의 영역 확장 차원에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으로 보는 해석이다. 11번가는 2018년 6월 나일홀딩스(H&Q코리아 등)로부터 첫 외부자금을 수혈했다. 5000억원 투자 유치를 받는 과정에서 5년 내 기업공개 조건이 포함됐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이 이뤄져야 한다. 아마존은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교두보로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협력이 매력적인 요소다. 김인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톰의 비통신 자회사에 대한 기업가치 재평가가 중요하다"면서 "내년에는 본업과 비통신 자회사 모두 성장하는 기대감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11번가의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할 모회사의 재무안정성은 최근 차입부담 증가에도 긍정적이다. SK텔레콤은 2018년 ADT캡스 인수, 2019년 이후 리스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인식과 투자확대에 따른 부족자금 발생 등의 재무적인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91.4%, 차입금의존도 24.9%, 총 차입금/EBITDA 2.1배의 우수한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중단기적으로 사업기반 유지와 5G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금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총차입금 11조5000억원 중 유동성차입금(잔존만기 1년 이내)은 1조2000억원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연결기준 2조5000억원), 투자지분(13조9000억원), 유형자산(토지 및 건물/구축물 2조2000억원) 등 재무적 융통성도 안정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은 11번가의 이커머스 사업에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내년을 목표로 구체적인 투자와 내용 등 아마존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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