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선의 버팀목 '현대그린푸드'…실적 악화에 꺼내든 M&A 카드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정교선 형제 경영 체제
정교선 대주주(23.8%) 현대그린푸드 실적 악화
신성장 동력 없는 가운데 자회사 적극적 M&A
공개 2020-11-20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8일 11: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현대백화점그룹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의 한 축인 현대홈쇼핑(057050)을 이끌고 있는 정교선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간다. 올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그룹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그린푸드(005440)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8일 재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실상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 경영 체제로 나아가고 있으나 계열 분리에 대한 얘기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동생인 정 부회장의 안정적인 먹거리를 위해서는 그룹 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실적 반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선제적인 '3세 경영 체제'로 탈바꿈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은 1999년 계열분리를 한 후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2007년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먼저 회장에 취임했다.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2011년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정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정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현대홈쇼핑을 맡고 있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우선 현재 시점에서 계열 분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독립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한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등 형제 경영을 통한 시너지에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세계그룹의 남매 경영처럼 정 회장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 부문을,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비백화점 부문을 맡을 여지는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지분 12.1%와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가 양 측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정리된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계열 분리 이슈를 떠나 정 부회장 입장에서 당면한 문제는 주력인 현대그린푸드의 실적 악화 국면이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분석되지만 현대그린푸드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2% 줄어든 233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 증가한 8081억3400만원, 당기순이익은 19.7% 줄어든 243억800만원이다. 자회사인 법인전문 여행사 현대드림투어는 여행업계 침체로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본업인 단체 급식 사업과 식자재 유통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쇼핑몰과 호텔, 병원에서 급식 수요가 줄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지난 8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대다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 나서면서 타격을 받았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과 외식 경기 부진으로 본업의 수익성은 전년 대비 1.0%p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현대리바트를 제외한 연결 자회사 실적 부진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로 급식, 식자재, 일반유통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했다"면서 "외식 부문의 부진은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나신평
 
다행인 점은 최근 잇따른 투자에도 안정적인 재무안정성이다. 현대그린푸드는 2015년 중장비 제조기업인 에버다임을 941억원에 인수했다. 2018년에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분조정 과정에서 현대홈쇼핑 지분을 1210억원에 취득했다. 간편식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8~2019년 설비투자를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200억원 가량이 이연돼 올해 1분기 중 투자가 마무리됐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물류센터 추가 확충, 그룹 차원의 사업다각화 또는 사업조정 등을 위한 투자가능성이 존재하나 유동성을 바탕으로 향후 투자자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주목되는 정 부회장의 행보는 이 같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M&A 움직임이다. 현대그린푸드의 100% 자회사인 법인전문 여행사 현대드림투어가 복지몰 업계 1위 업체 이지웰 인수에 뛰어들었다. 본업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수익 창출로 해석된다. 이지웰은 16일 "당사의 최대주주에게 확인한 결과 경영권 변경을 전제로 하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라고 공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그룹 차원에서 이번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드림투어는 재무적투자자(FI) 없이 단독 인수 주체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웰의 시가총액은 2600억원가량이다. 매각 대상 지분 24.24%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800억~900억원가량이 필요할 전망이다. 경쟁자인 녹십자그룹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과감한 배팅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현대HCN 매각으로 현금성 자산이 1조원을 넘는 만큼 실탄은 넉넉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지웰 M&A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향후 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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