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보다 어려운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상속 문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이중거주자'
한국 그룹이자 일본 그룹인 롯데, 신 회장 삶 대변
현재 한·일 조세조약으로 판단 어려워…"지극히 이례적"
공개 2020-10-29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7일 18: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재벌그룹의 회장이 별세할 때마다 상속 문제는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며 삼성그룹의 상속 문제가 세간의 관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1월 별세한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의 상속 재산에도 덩달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상속 재산의 분할은 마쳤지만 남은 문제가 있는 탓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유지와 11조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여론이 쏠린다면, 롯데그룹의 경우에는 한국과 일본의 과세권 문제가 주목 대상이다. 
 
(좌)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우)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IB토마토
 
27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남긴 상속재산에 대해 한국과 일본 세무당국은 과세 범위를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의 경우, 법무법인 김앤장이 상속신고업무를 처리했다. 김앤장은 고 신 명예회장이 거주자이기에 일본 재산도 모두 포함해 신고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한국에서도 거주자, 일본에서도 거주자인 이중거주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고(故) 신 명예회장 '이중 거주자'문제, 롯데 그룹 정체성의 표상
 
한국과 일본 롯데의 CI.출처/각사 홈페이지
 
고 신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자수성가한 재벌 총수다. 1921년 경남에서 5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1942년 일본에 건너갔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을 하며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고학했다. 첫 사업의 경우, 공장이 폭격으로 전소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껌'사업에 뛰어들며 큰 성공을 거뒀다. 롯데그룹은 사보를 통해 성공 비결을 "껌이라는 상품 자체가 식품이라기보다는 심심한 입을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에 가깝다는 제품의 핵심가치를 간파한 덕분이었다"라고 해석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그는 1967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도 사업을 개시했다. 이후 50여년 간 현해탄 경영을 이어오며 양국에서 롯데그룹을 크게 키웠다. 광윤사를 최종 기점으로 해 일본은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한국에서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확장했다. 
 
그의 삶은 이중 거주자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거주자 규정 자체가 각국의 조세채권(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거주자 범위는 넓을 수밖에 없고, 이중 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많다. 상속재산은 망인이 된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에 있는 모든 상속재산이 상속세 과세대상이다. 
 
김앤장에서도 일본 재산들을 모두 포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께서는 지난 동일본 지진(2011년 쓰나미) 이후에는 한국에 계속 머물러있었다"면서 "(한국 기준으로) 비거주자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별했던 그의 삶, 현재 규정으로 한·일 과세권 구분 '어려워'
 
중요한 점은 여러 이중 거주자 중에서도 고 신 명예회장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이중 거주자 문제는 양국 간 조세조약으로 판단한다. 한·일 조세조약 4조의 2항 가목에 따르면 이중 거주자를 판단할 때 △항구적 주거(permanet home)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centre of vital interests, 인적·경제적 관계가 밀접한 체약국) △일상적 거소  △국적 순으로 판단한다. 이 기준으로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양국 간 상호합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  
 
현재 판단 기준으로 신 전 명예회장이 상속한 재산의 과세권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주소지는 통상적으로 직업과 자산 상태를 고려해 판단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신 명예회장의 유산은 약 1조원으로 국내 주식으로는 △롯데지주(004990)(보통주 3.10%, 우선주 14.2%) △롯데쇼핑(023530)(0.93%) △롯데제과(280360)(4.48%) △롯데칠성(005300)음료(보통주 1.30%, 우선주 14.15%)와 비상장사인 롯데물산(6.87%) 지분 등이다. 일본 주식으로는 △롯데홀딩스(0.45%) △광윤사(0.83%) △LSI(1.71%) △롯데 그린서비스(9.26%) △패밀리(10.0%)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20.0%) 지분 등이다. 인천 계양구에도 약 4000억원 상당의 땅(약 167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 어느 한곳에 치우쳐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적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쉽지 않다. 신 전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에서는 신격호란 이름의 한국인이었고, 일본에서는 시게미쓰 다케오라는 일본인이었다.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적은 한국인지만, 배우자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일본인이다. 일상적 거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기에 세무 관계자들은 한·일 양국이 상속재산의 과세 범위에 관해 상호합의 중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특별했던 삶을 담아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곽준영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각국과 체결한 거의 모든 조세조약은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정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적용되는 기준으로 '권한 있는 당국의 상호 합의를 통한 결정 조항'을 두고 있다"면서 "이 제도는 아직까지 실무상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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