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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
공개 2020-09-18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최근에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회계부정에 대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관련 단체나 개인에게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영리법인처럼 자신이 벌어들인 이익을 자신이 지출하는 경우와는 달리 비영리법인의 수입은 대부분 국민의 기부나 정부지원에 의존하므로 영리법인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회계투명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은 과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새희망씨앗’ 사건 등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통해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였는데, 2020년에도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었다. 
 
첫째, 의무공시대상 공익법인을 기존의 “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연간 수입금액 3억원 이상”에서 모든 공익법인으로 확대하되 ‘자산 5억원 미만이고 연간 수입금액이 3억원 미만인 법인’은 간편양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둘째, 공익법인의 외부감사대상 기준으로 기존의 “자산 100억원 이상” 외에 “연간 수입금액 50억원 이상 또는 기부금 20억원 이상”이 추가되었다. 
 
셋째, 일정규모 이상 공익법인은 감사인을 4년간 자유선임한 후 기획재정부장관이 2년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와 ‘감리제도’가 2022년부터 도입된다.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비영리법인이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되고, 기부금과 정부지원의 감소로 비영리법인을 통해 도움을 받아오던 수혜자가 피해를 본다. 따라서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은 영리법인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비영리법인의 회계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비영리법인 회계기준의 정비, 수준별 공시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 다만, 비영리법인의 능력에 맞는 차별적 적용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모가 작은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간단한 회계처리 허용, 단순한 공시수준을 적용하되 규모가 큰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외부감사 대상을 확대하고 감사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 감사공영제란 회계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하여 비영리법인의 감사인을 지정하고 감사보수를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법이다. 
 
셋째, 비영리법인 회계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는 비영리법인에 따라 다양한 주무부처가 있어서 일관된 정책의 수립이 어렵다. 국무총리실 주관하에 비영리법인에 대한 회계와 감사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해야 한다. 
 
넷째, 비영리법인 회계전문가의 육성이 필요하다. 공인회계사는 기업회계에는 전문가지만 비영리법인 회계에 대한 전문가는 많지 않아서 비영리법인에 대한 외부감사 시 공인회계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회계 관련 자격증시험에 비영리회계를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 시험에 비영리회계에 대한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공인회계사 중에서 일정한 과정을 수료하고 일정 기간 실무를 한 경우에는 ‘비영리법인 전문 공인회계사’임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비영리법인의 회계능력 제고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즉, 투명하고 싶어도 회계능력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비영리법인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규모 비영리법인은 회계직원을 자체 고용할 수 있으나, 소규모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자체 고용이 어려우므로 이를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공인회계사들이 비영리법인에게 회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연수시간의 일부로 인정하거나 기부금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전환이다.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확보는 비영리법인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감사’라는 말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감사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한다. 외부감사는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이 투명함을 인증하는 절차로서 투명한 비영리법인을 도와주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이 제고되어 비영리법인이 본래의 설립목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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