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D램 의존도…SK하이닉스, 깊어지는 하반기 불확실성
주가·실적 '답답'…코로나19·업황 부진·화웨이 이슈 여전
공개 2020-09-03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1일 18:0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SK하이닉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업황 부진, 미·중 무역분쟁 속 화웨이 이슈 등 만만치 않은 상황들이 여전한 리스크로 남아 있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는 너무 높은 D램 의존도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005930)와 달리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사업 구조로, 포트폴리오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온다.
 
1일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도 주가 하락과 관련해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언론에서 자꾸 삼성전자와 비교하는 것도, 사실 사업적인 면에서나 규모면에서 비교 대상이 아님에도 거론돼 여러모로 불편해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 장중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시가총액 기준 2위를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3월27일 시총 2위를 차지한 이래 3년 5개월 동안 우선주 제외 시총 순위에서 한 번도 2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현재 2위 자리를 다시 찾았으나 주가 움직임을 감안할 때 언제 또 내려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악의 실적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 8조6070억원, 영업이익 1조947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5.3%가 증가했다.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1조7400억원을 웃돌았다.
 
출처/금감원, 대신증권
 
하지만 하반기 실적은 녹록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대신증권(003540)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조7000억원, 1조1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직전 추정치는 매출액 8조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서버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 하락이 예상되며 클라우드 고객사의 평균 D램 재고는 5월 4~5주에서 8월 7~8주까지 상승할 것이다"면서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감소하며 엔터프라이즈 주요 서버 공급사 Dell(점유율 14%), HPE(12%), Inspur(9%), 화웨이(7%)의 3분기 출하량 하락이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서버 제조 업체들의 현재 재고 수준이 6∼8주분으로 평균 5주를 유지했던 1분기보다 많아 재고 소진에 대한 압박이 큰 상태이다"라며 "하반기에는 구매 속도가 줄어들면서 D램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D램 매출 비중은 2017년(76%), 2018년(79.9%), 2019(77.4%)에 달한다. D램 글로벌 시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다.  
 
아울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일단락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적 하락은 이미 예견됐다는 의미다. 주요 제품의 가격이 2018년 4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19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26조7000억원이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도 41.7%로 최근 5개년 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서버부문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영향이다"면서 "낸드 가격의 빠른 하락으로 동사는 낸드 부문에서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업황 악화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및 미·중 분쟁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글로벌 이슈인 만큼 불확실성 증대를 의미한다. 버티는 방안 외에는 뾰족한 대응법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규제 대상을 중국 화웨이가 설계한 것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로 확대했다. 제재 대상에 메모리 반도체가 포함될 경우 SK하이닉스도 최대 고객 중 한 곳인 화웨이에 대한 납품이 어려워진다. SK하이닉스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11.4%로 삼성전자(3.2%)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70% 내외를 소비하는 국가다. 자체 국산화율은 10~20%대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소비량의 대부분을 미국과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염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지역별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미국 36.7%에 이어 33.5% 수준을 차지하던 중국 매출 비중이 2018년 이후 중국 통신업체향 D램과 낸드 부문 매출 증가에 힘입어 2019년 기준으로 46.6%까지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차입금 증가 속에서 재무적 안정성은 주목된다. 2019~2020년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국 우시 생산법인 및 청주 낸드 투자자금 조달 등으로 2018년 말 대비 차입금이 증가했다. 2019년 기준 순차입금은 7조7296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는 11.9%, 부채비율은 35.1%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주가 변동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면서 "반도체 시황과 대외변수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기존 투자 진행과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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