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라이브 건 제일기획…관계사 의존도 약점 또 노출
2분기 매출총이익(-14.6%)·영업이익(-22.5%) 급감
적극적 M&A 등 앞으로 디지털 광고 비중 늘릴 계획
하지만 70%가 넘는 삼성 계열사 매출 비중은 리스크
공개 2020-08-26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기획은 지난 6월 중국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컬러데이터'를 인수했다. 출처/제일기획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삼성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030000)이 코로나19 등으로 침체에 빠지자 위기 돌파를 위해 '디지털 광고'에 힘을 싣고 있다. 광고시장의 무게중심이 디지털 광고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광고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제일기획은 디지털 사업에서도 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점은 여전한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의존적 구조에서 탈피해 비계열사로 매출을 다각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제일기획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지만 미래 디지털 광고 분야에 힘을 실을 것이다"면서 "지난 6월 중국 빅데이터 업체를 인수한 것처럼 하반기에도 관련 분야의 스타트업 등 유망한 업체들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금감원, 메리츠증권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제일기획은 연결기준 2분기 매출총이익 2631억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6%, -22.5%로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557억원)를 하회했다. 
 
본사 매출총이익은 디지털 물량 증가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광고 경기 회복 지연으로 리테일 물량이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753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총이익은 북미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대행 물량이 축소되며 16% 줄어든 1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하락폭을 줄이기 위해 허리 띠를 졸라맸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임직원수와 인건비가 전년 대비 각각 -6.6%, -10.3% 감소하는 등 판관비 효율화를 통해 영업 마진을 방어했다"면서 "하반기 북미와 동남아, 중국은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나 유럽과 인도 지역은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제일기획은 실적 악화에 맞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의 일상화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광고 사업에 역량을 강화하며, 올해 상반기 디지털 사업 비중은 영업총이익의 42%로 지난해 39%에 비해 3%p 늘어났다.
 
또 이러한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 제일기획은 지난 6월 중국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컬러데이터'(ColourData)를 인수했다. 중국 상해가 본사인 컬러데이터는 2014년 설립된 회사다. 중국 내에서 5000개 이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뉴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이트 게시글·댓글을 취합해 지역별·성별·연령대별로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중국에서 소셜 채널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던 중 컬러데이터와 협업했던 것이 인연이 됐다. 기존 광고주들의 마케팅 분석을 강화하고, 중국 현지에서 신규 광고주를 영입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반기에도 제일기획은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디지털 광고 사업을 위한 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제일기획이 M&A를 위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제일기획은 최근 4개년(2016~2019년) 평균 2092억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금융비용 및 영업관련 경상적인 투자규모가 미미해 잉여현금창출력이 긍정적이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해외 사업 기반 확장을 위한 M&A, 배당 및 자기주식취득 등 자금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제일기획뿐 아니라 광고업계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이다. 코로나19라는 예측불가한 이벤트가 그 속도를 당긴 것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과 PC를 양축으로 둔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의 규모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TV와 라디오 등 방송 광고 시장은 3조6905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하지만 제일기획의 디지털 드라이브에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국내 광고시장에서 제일기획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적의 변동성 측면과 더불어 언제든 부정적 이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제일기획은 캡티브(계열사 간 거래) 수요가 2019년 연결 기준 광고 취급고 규모(5조4000억원) 가운데 72.4%에 달한다. 안정적인 사업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나 올해 초 코로나19 등과 같은 예측불가한 상황에서 계열사의 사업 환경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영업 환경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005930) 관련 매출이 제일기획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광고취급고 기준 6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제일기획의 계열 광고비 비중은 삼성전자의 마케팅 정책에 따라 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 다변화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디지털 사업 매출에서도 삼성전자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의 온라인 플랫폼 ‘삼성닷컴’의 운영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광고가 앞으로 국내 대형 광고업체들의 미래 수익원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디지털이라는 혁신을 통한 매출의 다변화보다 계열사 물량 밀어주기식 관행이 여전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내부거래와 관련해 제일기획 관계자는 "삼성전자 광고 건이라고 해도 수의계약이 아닌 글로벌 광고사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매출 증대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삼성그룹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KT와 동서식품 등에, 해외에서는 ESPN와 피자헛 등에 광고 수주를 하는 등 디지털 광고와 더불어 매출 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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