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기획:골격 수술 중인 재계)④'한 지붕 두 가족' 신세계그룹…책임경영이냐 계열분리냐
이마트와 신세계, 오너일가 지배구조 '튼튼'
정용진과 정유경 남매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공개 2020-07-23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2일 11: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오랜 숙제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주 세대가 물러나고 2세에서 3세, 4세까지 경영 시대를 열며 거미줄 처럼 얽힌 지배구조 실타래는 오너가들의 경영승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21대 국회에서 177석이 된 여당은 정부와 함께 재벌개혁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직접 내기로 했고 공정위는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1주년을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현주소와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한화, LG, 신세계 등 국내 대표 그룹들을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신세계그룹은 2016년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분 교환을 계기로 수년째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정 부회장이 마트와 온라인 사업을,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식이다.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지닌 지분의 향방에 따라 해당 독립경영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병철 창업주의 2세 승계 과정에서 1997년 삼성그룹과 계열분리로 출발한 신세계 그룹이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의 교통정리로 또 한 번 계열분리 수순을 밟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세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마트와 신세계는 대주주 지분이 공고해 지배력이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주주 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세계는 이 회장이 지분 18.22%, 정 총괄사장이 10.34%의 지분을 들고 있다. 올해 2월 정 총괄사장이 5만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이 소폭 증가했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 가운데 국민연금(13.60%)을 제외하면 오너 일가가 총 28.57%의 지분을 쥐고 있다. 
 
이마트 역시 이 회장이 18.22%, 정 부회장이 10.33%의 지분을 보유해 신세계와 상황이 대동소이하다. 국민연금이 13.38%로 2대 주주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그동안 계열사 지분을 차근차근 획득하며 지주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지배력을 더욱 높여가며 남매 분리경영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99.28%), 신세계조선호텔(99.88%), 신세계프라퍼티(100%), 일렉트로맨문화산업전문회사(100%), 이마트24(100%) 등 할인점과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45.76%), 신세계센트럴시티(60.02%), 신세계디에프(100%) 등 백화점, 면세점, 패션 관련 회사의 지분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각 할인점과 백화점 부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첫 화장품 자체브랜드(PB) ‘오노마’를 선보인 데 이어 스위스 명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하는 등 패션 및 뷰티 부문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오노마의 경우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편집숍 시코르 내에서 매출 기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 역시 쓱닷컴 등 온라인 유통사업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5월 쓱닷컴을 기존 중구 회현동 메사빌딩에서 종각역 인근 센트로폴리스로 사옥을 옮기며 집무실까지 마련했다. 
 
두 사업영역은 ‘쓱닷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부문에서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사업 역시 경쟁사들과 달리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쓱닷컴이라는 플랫폼 속에서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까사미아 등의 계열사가 단순히 입점된 형태다. 반면, 롯데온과 쿠팡은 소비자 소비 패턴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로켓직구 등으로 나뉘어 있다. 롯데온의 경우, 내관심, 오늘On, 타임딜 등이 첫 번째 화편이 배치돼 있다. 
 
다만 관건은 어머니인 이 부회장의 지분 승계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두 남매에게 나눠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기점으로 두 남매가 자연스레 계열분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승계 받고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물려받는 승계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셈이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및 신세계 지분은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이마트-정용진’, ‘신세계-정유경’ 체제가 굳혀져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역할이 이마트와 백화점으로 나뉜 것은 맞지만 분리경영 체제가 아닌 책임경영 형식”이라며 “사업적으로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있으며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