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대규모 투자에 커지는 '빚 부담'
현대중공업지주 내 매출 비중 79%
1분기 연결 기준 5632억원 대규모 영업적자
2020~2021년 CAPEX 3조6000억원 부담
공개 2020-07-02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9일 16: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사진/현대오일뱅크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중공업지주(267250)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적자와 공격적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향후 투자 스케줄을 고려하면 불어나는 차입규모는 중·단기적 불안요소가 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 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부진, 산유국 간 갈등에 따른 유가 급락 등으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5632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4조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다. 순손실은 462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다.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재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생산성 개선 등을 위해 중기적으로 연평균 7000억원(연결기준) 수준의 투자를 해왔다. CAPEX 규모는 2017년 7447억원, 2018년 7523억원, 2019년 8764억원에서 올 1분기에만 4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하지만 올해와 내년까지 연평균 규모를 웃도는 투자가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및 폴리머 공정 투자(2019~2021년 투자비 2조7000억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연결 기준 투자소요는 올해 2조2000억원, 내년 1조4000억원으로 총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투자소요를 고려할 때 2020~2021년 대규모 부족자금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2022년 이후 잉여 현금창출을 통한 채무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채무감축 가능성은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다. 현재 방역당국 및 관련 전문가들은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가 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5년 1조705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2조4777억원), 2017년(2조7170억원), 2018년(3조2608억원), 2019년 3조8658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대규모 영업적자, 신규 투자 자금소요 등으로 순차입금이 4조811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2015년(95%), 2016년(112.1%), 2017년(116.1%), 2018년(129.2%), 2019년 (136.3%)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는 142.7%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다.
 
출처/NH투자증권
 
나아가 현대오일뱅크의 재무안정성 우려는 현대중공업지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기준 현대중공업지주 매출 비중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연결기준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21조1000억원, 영업이익 52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주 내 다른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 실적 대비 1.4배, 영업이익은 1.8배 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현대오일뱅크의 대규모 영업적자(연결기준 5632억원)는 그대로 현대중공업지주에 타격을 미쳤다. 이 기간 현대중공업지주는 4872억원 영업적자로 작년 1분기 1445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5조716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9% 감소했다. 순손실 3604억원을 기록해 작년 1분기 흑자(976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지금껏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부문의 실적 악화 속에서도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만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안정성 우려는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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